일상 덮친 워플레이션
한동안 잠잠했던 물가(Inflation)가 깨어났다. 물가 상승은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 실질 소득을 줄인다. 줄어든 실질 소득은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 그 어떤 경제 지표보다 물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최근 물가 상황을 짚어본다.
한동안 잠잠했던 물가(Inflation)가 깨어났다. 물가 상승은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 실질 소득을 줄인다. 줄어든 실질 소득은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 그 어떤 경제 지표보다 물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최근 물가 상황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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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지표와 '살림살이 물가'의 간극이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피부로 와닿는 체감 물가는 매서웠다. 실생활에서 밀접한 품목들의 가중치가 낮거나, 반영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물가가 실제 물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의 착시'가 심해졌단 지적이다. 2일 국가데이터처 등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CPI 상승률은 2. 1%로 집계됐다. 지난해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코로나19 이후 상승 추세가 다소 진정됐다. 그러나 안정된 물가지표와 달리 소비자가 체감하는 생활 물가는 여전하단 지적이 나온다. CPI는 458개 품목을 가중 평균해 산출하는데, 소비자들은 구매 빈도가 높은 먹거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실제 체감 물가와 간극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최근 장바구니 물가와 직결된 생활물가지수의 상승률은 CPI 상승률을 웃돌았다. 2022년 6%로 고점을 찍은 뒤 하향 추세지만 지난해 2. 4%를 기록했다. 생활물가지수를 구성하는 144개 품목 중 교통, 통신, 교육 등 60개 품목을 제외한 식품의 물가상승률도 지난해 3.
"2025년 물가안정목표가 2. 0%였는데 실적은 2. 1%를 달성해 연간으로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 물가당국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두고 내린 평가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1%로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인 2. 0%에 근접했고, 시장 일각에선 팬데믹 이후 이어진 고물가 국면이 마침내 진정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퍼졌다. 통화정책 기조도 완화 쪽으로 기울었다. 겉으로 드러난 소비자물가만 보고 물가 압력이 잦아들었다고 판단한 사이 물가는 다른 지표들에서 다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물가의 흐름은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가장 먼저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고환율·고유가 국면에서는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가 먼저 오르고, 그 영향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2월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0. 6%, 전년 동월 대비 2. 4% 올라 6개월 연속 상승했다. 농림수산품과 석탄·석유제품, 금융·보험서비스 가격 위주로 상승했다. 국내공급물가와 총산출물가도 각각 전월 대비 0. 5%, 0.
한국 경제가 다시 'I'(Inflation)의 공포 앞에 섰다. 깨어난 I가 저성장과 고물가가 동시에 덮치는 S(Stagflation)로 확산될 가능성도 커졌다. 정부는 올해 물가가 2%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봤지만, 중동 전쟁 이후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치솟으며 물가 전망의 전제부터 빠르게 무너진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 2%로 제시했다. 물가안정목표인 2%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한은이 전망 당시 깔아둔 국제유가 전제는 브렌트유 기준 연평균 배럴당 64달러였지만, 지난달 말 115달러 안팎까지 치솟았다.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2월 배럴당 68. 4달러에서 3월 128. 5달러로 87. 9% 올랐으며 같은기간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48원에서 1493원으로 3. 1%상승했다. 농산물 가격 하락과 석유최고가격제 영향으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2%에 머물렀지만 석유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9. 9% 올라 2022년 10월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깨끗한나라에 감사합니다. 우리는 이제 조금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25일 엑스(X·옛 트위터)에 깨끗한나라가 5월부터 '100원 생리대'를 판매한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공유하며 이같이 적었다. 앞서 생리대가 너무 비싸다는 이 대통령의 지적에 깨끗한나라가 100원짜리 생리대를 내기로 한 걸 공개적으로 칭찬한 것이다. 그러나 3일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전쟁은 깨끗한나라에게 예상치 못한 악재로 다가왔다. 전쟁 여파로 나프타(납사) 수급 차질과 원자재 비용 인상 등으로 제품 생산비가 크게 올라서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는 비닐과 플라스틱 등 생필품 전반에 필요한 핵심 원료인데 생리대에도 이게 들어간다. 깨끗한나라는 국민과 한 약속이기 때문에 다음달 100원짜리 생리대를 내놓을 예정이지만, 비용부담이 더 커질 것을 걱정한다.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국제유가 급등과 원/달러 환율상승 탓에 고민이 많다. 정부의 가격인하 압박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전쟁으로 인한 원가상승 등 '워플레이션'(War+Inflation)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물가 지표는 '충격'과 다소 거리가 멀었다. 중동 전쟁의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됐음에도 오름폭은 제한적이었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해 기름값 인상을 억제한 영향이 컸다. 밥상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농산물도 물가를 끌어 내렸다. 하지만 향후 물가 전망은 잿빛에 가깝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물가에 순차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중동의 원유 의존도가 큰 한국 입장에선 예고된 재앙이다. 여기에 고환율까지 겹쳐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정부는 상반기에 공공요금을 가급적 동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장담할 수 없다.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2026년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2%다. 올해 1월과 2월에 기록한 2. 0%보다 소폭 오른 수준이다. 중동 전쟁의 여파가 반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름폭은 크지 않았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인 2. 0%와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석유류 최고가격제 도입이 물가 상방 압력을 완화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법 제1조 1항은 한은 통화신용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물가안정'으로 규정한다. 한은의 새로운 책무(맨데이트·Mandate)로 떠오른 '금융안정'에 앞선다. 한은법에는 '물가안정'이란 단어가 총 4번 등장하는데, 정부 경제정책과 호흡을 맞추기 위한 카드로 통화정책을 쓸 때도 '물가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로 엄격히 제한한다. 한은 본관 2층 로비에 걸린 '물가안정' 현판은 이같은 한은과 물가안정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물가안정 현판은 1997년부터 한은 본관 로비를 지켜왔다. 리모델링 공사로 잠시 떼진 현판은 신축 통합별관 공사가 끝나자마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통화정책을 수립할 때 물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건 단순히 기관의 설립 목적 때문만은 아니다. 물가 안정이 담보되지 않는 성장은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세계 경제의 경험칙 때문이다. 실제 한은뿐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 등 대부분 국가의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