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 장기화로 나프타(naphtha) 등 플라스틱 원료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제지업계의 친환경 탈(脫)플라스틱 소재 종이 포장재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지업계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종이 소재 제품의 관심이 늘고 있지만 생산 구조와 품질 문제 등으로 인해 단기간 내 전환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7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무림페이퍼는 최근 종이 포장재 관련 문의가 이전보다 30~40%가량 증가했다. 무림페이퍼는 전쟁이 장기화하고 플라스틱 소재 수급 불안이 커질 경우 종이 등 대체 소재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무림페이퍼는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친환경 종이를 개발해온 전문성을 강조했다. 자체 브랜드 '네오포레'를 통해 종이뿐 아니라 펄프몰드 등 친환경 제품을 생산 중이다. 이미 한국콜마의 마스크팩 종이 파우치와 종이 튜브, 아워홈의 가정간편식(HMR) 포장재 등에 적용하면서 검증을 마쳤다. 그중에서도 '네오포레 FLEX'는 종이 포장재의 약점을 보완한 제품으로 꼽힌다. 물과 습기에 대한 저항성을 강화해 냉·해동을 반복해도 쉽게 손상되지 않도록 설계됐다. 아이스크림 파우치형 포장재에도 적용되는 등 상용화를 위한 기술적 준비가 상당 부분 이뤄진 상태다. 한솔제지도 플라스틱 수급난에 대응할 해결책으로 초콜릿·사탕·분말소스·김·커피 등에 적용할 수 있는 2차 포장재 '프로테고(Protego)'를 내세웠다.
다만 제지업계는 문의량 증가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계약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엔 이른 상황"이라며 "플라스틱 대체재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종이 포장재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는 초기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제지연합회도 종이 포장재에 대한 관심 증가를 환영하면서도 전환 속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협회 관계자는 "제품별로 규격과 용도가 달라 맞춤 제작이 필요해 시간이 걸린다"며 "플라스틱이 워낙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어 종이가 단숨에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비닐 포장재 수급에 어려움을 맞닥뜨린 식품업계도 종이 포장재로의 전환은 장기적인 과제라는 설명이다. 생산 설비 전반을 재설계하는 수준의 변화가 필요해서다. 포장 방식이 제품별 점도, 수분, 보관 조건에 최적화돼있다 보니 대체 포장재로 적용할 수 있는 품목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품질 관리 측면에서 리스크도 부담스럽다. 과거 종이 기반 포장재를 적용한 일부 제품에서 내용물 변질 문제가 발생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식품 안전이나 위생 측면에서 새로운 소재를 섣부르게 도입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식품업계는 중장기적으로 종이 포장재로 전환 가능성을 열어두되 단기적으로는 생산량 조정을 현실적인 대응책으로 보고 있다. 신제품 출시를 미루거나 생산량을 조절하는 방안도 선택지로 거론된다.
한국제지연합회 관계자는 "친환경 코팅 기술, 방수성과 내구성을 확보한 기술은 충분하지만 수요가 많지 않았던 탓에 종이 포장재의 생산 규모 자체가 작고 가격도 비교적 높다"며 "산업 전반의 탈플라스틱 관심이 이어져야 제지업계도 관련 특수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