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시장이 역성장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이너웨어 시장이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가며 패션업계의 새로운 버팀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의류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고 체감 만족도가 높은 이너웨어에 소비자 지갑이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패션시장 규모는 2023년 48조4167억원에서 2024년 47조9019억원으로 1.1%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46조6998억원으로 2.5% 줄었다. 올해 역시 44조4955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4.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3년 사이 시장 규모가 약 3조9000억원 축소되는 셈이다.
반면 이너웨어 시장은 꾸준한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기준 국내 이너웨어 시장 규모를 약 2조12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발표한 패션 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이너웨어 소비 규모는 약 1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4% 증가했다. 패션시장 전반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업계는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소비 트렌드 변화를 꼽는다. 과거 속옷이 기능성과 실용성 중심의 필수 소비재였다면 최근에는 편안함과 스타일, 자기관리,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들도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CJ온스타일은 최근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 바니스뉴욕의 신규 이너웨어 라인을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연간 취급고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하는 여성 패션·잡화 판매 채널 경쟁력을 바탕으로 '패션형 이너웨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제안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신제품은 통기성과 신축성이 우수한 소재를 적용하고 무봉제·노와이어·노라벨 구조를 도입해 착용 부담을 최소화했다. 여기에 레이스 디테일과 미니멀한 실루엣을 더해 속옷을 넘어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브라탑과 캡 일체형 티셔츠, 라운지웨어 등으로 제품군도 확대했다.
온라인 기반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인수합병(M&A)도 활발하다. 뷰티 브랜드 티르티르는 지난해 이너웨어 브랜드 '슬림9'를 인수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더퓨처 역시 여성 언더웨어 브랜드 '리무브'를 인수하며 라이프스타일·웰니스 밸류체인 구축에 나섰다.
글로벌 브랜드들의 한국 시장 진출도 본격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유명 인플루언서 킴 카다시안이 설립한 이너웨어 브랜드 스킴스(SKIMS)다. 한섬은 최근 스킴스와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업계에서는 이너웨어가 패션시장의 새로운 성장 카테고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소비자들은 고가 패션 제품 구매에는 신중해지는 반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제품에는 지출을 이어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너웨어는 단순히 속옷을 구매하는 개념을 넘어 자기관리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소비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패션시장 전반의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도 이너웨어는 진입 가격 부담이 낮고 소비 만족도가 높아 앞으로도 성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