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 속 인물이 나라면 어떨까"…올리페페가 그린 이탈리아의 식탁

이병권 기자
2026.07.01 14:20

박정환 CJ푸드빌 디자인랩 브랜드디자인팀 디자이너 인터뷰

서울 올리페페 광화문점에서 만난 박정환 디자이너. 박 디자이너의 뒤에 보이는 벽화를 직접 그렸다. /사진제공=CJ푸드빌

이탈리안 비스트로(작은 식당) '올리페페' 광화문점에 들어서면 커다란 벽화(아트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올리페페를 초기에 구상할 때까지만 해도 계획에 없었던 벽화다. CJ푸드빌 디자인랩 브랜드디자인팀의 박정환 디자이너의 제안으로 그려진 벽화는 올리페페만의 따스함을 살려주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29일 서울 올리페페 광화문점에서 머니투데이를 만난 박 디자이너는 "처음 올리페페를 브랜딩할 때 공간 디자이너들과 소통하면서 '시각적으로 우리 브랜드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며 "아트월도 그런 논의과정에서 제안한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박 디자이너는 미술관과 프리랜서 활동을 거쳐 약 2년 전에 CJ푸드빌에 합류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디자인을 일상에서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입사 후 뚜레쥬르 시즌 패키지 작업 등을 맡았고 올리페페 프로젝트에는 브랜드 론칭 초기부터 참여했다.

CJ푸드빌 이탈리안 비스트로 '올리페페'/그래픽=최헌정

올리페페는 지난해 말 광화문점을 시작으로 올해 여의도점과 판교점까지 잇달아 문을 열면서 빠르게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다음달에는 강남에 4호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박 디자이너가 올리페페 벽화 작업을 앞두고 가장 먼저 떠올린 키워드는 '이탈리아식 환대와 사교(Italian Conviviality)'였다. 이탈리아 국기나 콜로세움 같은 관광 명소를 내세우기 보단 평범한 사람들이 식탁에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일상을 상상했다.

그는 "벽화를 보는 사람이 그림 속 인물 누구에게나 자기 자신을 투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고민을 했다"라며 "경쾌하면서도 따스한 분위기를 시각화하기 위해 장식적인 요소보다는 오히려 '덜어냄'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의도는 벽화 곳곳에 녹아 있었다. 벽화의 인물이 튀지 않도록 얼굴은 최대한 단순하게 그려냈고 표정·인상 표현도 절제했다. 또 처음에는 피자·파스타 등 음식을 세밀하게 그려낼 계획이었지만 역시 편안한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판단에 간소화했다.

올리페페 여의도점에 그려진 아트월(벽화). 광화문점의 벽화에다가 인물 3명과 음식들을 더 추가해 9명의 인물이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사진제공=CJ푸드빌

상권과 공간 특성을 반영해 매장마다 벽화 구성을 달리 했다. 광화문점보다 공간이 넓은 여의도점은 인물을 9명으로 늘렸고 판교점에는 4명만 벽화에 담아 소규모 모임의 특성을 살렸다. 같은 브랜드라도 작은 차이를 발견하는 재미를 주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벽화뿐만 아니라 광화문점에 3점, 여의도 IFC몰점에 4점 등 회화 작품 7점을 제작했다. 이탈리아의 햇살, 시칠리아섬의 물결 등 분위기를 담았고 채광이 부족한 공간에는 의도적으로 레몬 그림 같은 밝은 작품을 배치했다. 메뉴판 일러스트와 화장실 사이니지도 그의 손을 거쳤다.

흥미롭게도 박 디자이너는 이탈리아를 방문한 적이 없었다. 그는 지역별 와인과 음식·거리 풍경 등을 공부해가며 자신만의 이탈리아를 상상했고 이를 공간에 녹여냈다. 그는 "고객들이 '실제 이탈리아에 온 것 같다'는 후기를 남길 때 의도가 통했다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디자이너는 외식 브랜드의 경쟁력은 공간에서의 경험까지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맛있는 음식은 기본이고, 공간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가 브랜드를 오래 기억하게 만든다"며 "고객들이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이국적이고 기분 좋은 공간의 감각을 경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리페페 여의도점 오픈 전 공사 중인 모습. 공사를 위해 설치한 가벽에 벽화를 그려 산뜻한 분위기를 그려냈다. /사진제공=CJ푸드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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