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가 대다수의 지지 속에 별다른 저항 없이 폐지되었다. 한국여성민우회를 비롯한 진보 여성계도 자기성결정권의 시대에 간통죄는 부적합하다며 폐지를 지지했다. 이들은 간통죄는 실제 효과도 없고, 가정이나 여성을 보호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여성에게 불리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간통죄 폐지가 정말 여성들에게 유리한지는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간통죄 폐지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자기성결정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성결정권’은 개인이 성행위를 누구와 어떻게 할지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하는 권리를 말한다. 따라서 이번 간통죄 폐지는 개인이 성적 욕구를 자유롭게 실현할 수 있는 자유를 인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간통죄는 기혼자들의 성관계는 배우자하고 이루어질 때만 정당한 것이라는 사회적 의식을 반영한 것이었다. 성관계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고려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간통죄 폐지는 따라서 사회적 관계나 책임 없이 성적인 욕구만으로도 성관계를 할 수 있다고 허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개인의 권리가 모든 영역으로 확대되는 시대에 성적 자유권의 확대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자기성결정권은 표면적으로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연 ‘자기성결정권의 보장이 중립적인 것인가’ ‘자기성결정권의 보장이 남자와 여자 누구에게 유리할까’ ‘누가 자신의 순수한 성적 욕구를 자유롭게 실현하고 싶어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최근 많은 뇌과학, 사회학, 심리학 연구는 남자와 여자가 성적 욕망의 방식과 표현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에 따르면 여자들의 성적 욕망은 정서적 친밀감과 신뢰로 맺어진 관계 속에서만 아주 신중하게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여자들은 관계가 전혀 없는 낯선 사람에 대해 즉각적인 성충동은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여자들이 성적 욕구를 느끼기 위해서는 개인적이고 정서적인 관계, 그리고 책임감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반면 남자들의 성적 욕구는 즉각적이며 충동적인 경향이 있다. 대다수 남자는 책임감이나 사랑 없이도 재미와 쾌락으로만 성관계를 맺을 수 있다. 심지어 많은 남자는 자신이 진정 아끼는 상대는 오히려 자신의 성적 욕구로부터 보호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 한 심리학 실험에서는 80~90%에 가까운 남자가 처음 보는 여자의 성관계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인 반면 여자들의 경우 100% 거절했다고 한다.
또 다른 일련의 연구들은 상당수의 여자들이 남자들의 요구 때문에 마지못해 성관계에 응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여자들은 ‘상대 남성을 사랑하기 때문에’,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또는 ‘자신에게 화를 내거나 헤어지게 될까봐’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했다고 답변한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결과를 볼 때 “누가 순수한 성적 욕구를 자유롭게 실현하고 싶어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의외로 쉽다. 남자들, 특히 욕망이 있는 남자들이다. 이들은 모든 관계와 책임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성적 욕망을 실현하고자 한다. 반면 대부분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신뢰관계와 책임감 속에서 성적 욕망을 실현하고 싶어 한다. 순수한 성적 욕망은 여자들에게는 전혀 달갑지 않다. 오히려 책임을 동반하지 않는 성적 자유는 결국 원하지 않은 임신이나 이혼, 낙태 등 여자의 인생을 파괴하는 종말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성적 자유와 자기결정이라는 중립성의 미명 하에 여자는 이 모든 대가를 혼자 치르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간통죄 폐지, 그리고 자기성결정권의 강조는 남자 중심적인 사회 속에서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훨씬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