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에 걸쳐 소득증가율보다 부채증가율이 계속 높으면 결국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험이 높다. 경우에 따라서는 삶 자체가 파탄 날 가능성도 있다는 상식은 우리가 이미 경험한 현실이다. 가계, 기업 및 정부 등도 마찬가지로 소득증가율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부채가 증가할 경우 나라경제가 절단 날 위험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도 상식에 속한다.
1990년대 초반 이후 몇 년간 급속한 기업들의 부채 증가로 인해 GDP(국내총생산) 대비 부채비율이 급격히 상승한 뒤 그 여파로 수많은 기업이 부채(빚)를 늘리려 해도 더 이상 늘릴 수 없는 현실적인 벽(이것이 바로 부채절벽이다)에 부딪쳐서 결국 유동성 위기를 겪었고 유동성 위기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수많은 기업은 결국 도산하고 만 아픈 과거사가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다.
이러한 과거사의 트라우마 탓인지 우리나라 제조업종의 부채비율은 과거 300% 수준에서 최근에는 100%로 크게 낮아졌다. 반면 2004~2009년 가계를 중심으로 한 부채가 급증하면서 GDP 대비 부채비율은 단기간에 무려 48%포인트 급상승했다.
2010년 부채비율 상승세가 잠시 둔화된 것을 제외하고 2011년 이후 최근까지 부채비율 상승 추세는 멈출 줄 모르고 지속돼 조만간 부채비율은 30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쯤 되면 우리가 머지않아 부채절벽과 맞닥뜨리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
최근 정부가 저소득층이나 빈곤층이 아닌 중산층을 대상으로 특별히 마련한 안심대출한도 20조원이 불과 며칠도 못 견디고 전액 소진이 된 상황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처한 어려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우리 서민층의 상당수는 이미 부채절벽의 위기를 직접 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스스로 외면하고 있다. 가계부채 규모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며 금융위기를 초래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을 되풀이한다. 뿐만 아니라 경제활성화라는 미명하에 가계부채를 30조원가량 추가로 늘리는 대책을 지난해 이미 시행한 바 있다.
아무리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가계가 부채(빚)을 늘리려고 해도 더 이상 늘릴 수 없는 부채의 절벽에 결국 부딪치게 될 것이다. 이는 경제의 법칙이기 이전에 자연의 법칙이다. 또한 누군가가 떨어지는 것이 바로 절벽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대다수 가계가 부채절벽과 맞닥뜨리기 전에 나타나는 심각한 전조현상도 있다. 바로 과다부채의 후유증이다.
가령 소득의 증가 속도에 비해 부채의 증가 속도가 빠를 경우 GDP 대비 부채비율이 상승하는데, 그동안 많은 나라의 경험을 분석해본 결과 단기간에 부채비율이 급등할 경우 그 후유증으로 일정기간 경제의 활력이 저하되고 경기가 하강국면을 맞을 위험도 증가한다는 사실이 쉽게 확인됐다.
중국 사자성어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얻기 위해 장기적인 이익을 희생하는 어리석은 사람을 비유하는 살계취란(殺鷄取卵)이라는 말이 있다. 부채문제에 대한 현 정부의 인식이나 대책은 그야말로 살계취란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당장 배가 고프다고 닭의 배를 갈라 달걀을 꺼내먹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