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도시의 지속가능발전, 그 가치 유효하다

조명래 기자
2015.04.10 07:15

이클레이(ICLEI·지방정부국제환경협의회의 영문약자) 세계도시 기후환경총회가 지난 8일 서울에서 막이 올라 12일까지 열린다. ‘도시의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한 해법’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총회에는 87개국, 203개 도시에서 도시대표단이 참석해 7개 전체회의와 8개 특별주제회의, 28개 분과회의로 나누어 진행되고 서울선언문도 채택된다. 20년 전 일본 사이타마현에서 열린 후 세계총회가 아시아권에서 처음 열리는 것이다. 총회 주제인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한 해법’은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새로운 성찰과 결의의 뜻을 함축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1987년 유엔보고서 ‘우리의 공동미래’에서 제안된 지속가능발전 개념은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일명 리우회의)를 통해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공유하는 발전문법으로 채택되었다. 지속가능발전은 경제 중심의 발전에서 경제·환경·사회의 통합적 발전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되 그 발전은 미래까지 지탱 가능하고 인간계와 자연계가 호혜롭게 공존하는 것을 전제한다. 또한 지속가능발전은 주요 이해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거버넌스(Governance) 방식을 통해 실천되는 것을 전제한다.

한국에서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1995년 ‘녹색도시 부산21’ 수립 및 1996년 서울시(조 순 시장)가 거버넌스 기구로서 녹색서울시민위원회를 설치하고 시정 전반에 지속가능성을 반영하는 시책(서울의제21의 작성, 지속가능성 평가 등)을 실시하면서다. 서울시를 출발점으로 한 ‘지방의제 21’의 전국적 확산은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한국적 실천의 중요한 틀과 방식이 되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2000년 김대중정부가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설치하고 주요 개발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사전 검토하며 조정하는 것을 제도화했다. 참여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국가지속가능발전 비전과 전략을 선포하고 국가지속가능발전기본법을 제정했다. 이렇게 해서 지속가능발전은 국가의 최상위 발전비전과 전략으로 확대되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가 녹색성장을 정권의 주된 시책으로 추진하면서 지속가능발전은 녹색성장의 하위 개념과 정책으로 격하됐다. 그 결과 지속가능발전이란 개념은 시대에 한물간 것으로 치부되었고, 또한 상위 발전개념인 지속가능발전은 하위 발전개념인 녹색성장의 한 부분 개념으로 축소되었다. 대통령 직속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환경부 장관이 관장하는 위원회로 재편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토건적 녹색성장에 올인한 이명박정부에서 지속가능발전은 기껏해야 녹색성장에 기여하는 ‘경제의 녹색화 혹은 저탄소 녹색화’ 정도로만 여겼다. 그 결과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논의는 실종됐고, 그간의 성과도 빠르게 잊힌 채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졌다.

지속가능발전은 올드패션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의미와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재해석을 통해 21세기 발전문법이 되도록 해야 한다. 서울총회에서는 지속가능발전이 21세기의 발전개념으로 재정의·재창조되지만 특히 도시에 관한 실천적 담론과 정책으로 복원되어야 한다는 점이 확인된다. 한국의 경우 토건적 개발과 성장 쪽으로 기울어진 지속가능발전의 원상복원이 최우선이다. 이는 지속 불가능한 발전의 중심 추를 다른 쪽으로 옮기는 것으로 접근되어야 한다. 토건개발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경쟁력 우선에서 복지 우선으로, 고탄소 녹색화에서 저탄소 녹색화로, 시장경제 중심 성장에서 사회경제 중심 성장으로, 도시기능 강화에서 공동체기능 강화로, 관료적 통치에서 민주적 협치로 옮겨가는 변화가 곧 21세기 지속가능도시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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