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도전하는 국가, 피하는 국가

장윤옥 테크M 편집장
2015.12.15 04:07
장윤옥 기획취재부 부국장

몇 년 전 일본에 갔을 때 나는 ‘앞으로 일본의 장래가 밝지 않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흔히 이야기하는 것처럼, 상점에 손님이 적고 고령인구 비중이 높다는 등의 이유에서 내린 결론이 아니었다. 일본 도쿄의 빌딩마다 설치돼 있는 회전문이 멈춰 서 있는 모습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그 회전문에는 어김없이 ‘당분간 이 문을 사용할 수 없으니 다른 문을 이용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알고 보니 바로 전날 한 아이가 회전문에 끼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생각지 못한 뜻밖의 사고여서 사람들의 관심이 컸던 모양이다. 이렇게 사고가 났으니 뭔가 대책을 세워야하는 데,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모든 빌딩들이 일단 사용을 금지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사고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국가의 수도가 그런 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게 상식적으로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대안을 마련하기는커녕 잘 이용하던 다른 문까지 금지시키는 시스템이라면 발전이나 혁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조그만 리스크도 두려워하는 일본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안가 일본 원전사태가 터졌고 사후 처리 과정에서 일본은 그동안 일본 사회가 안고 있었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 회전문의 사례처럼 우물쭈물 방치하다 오히려 피해를 키우고 만 것이다.

그런데 최근 그 일본이 달라지고 있다. 과감하게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혁신은 실패와 좌절을 기꺼이 감수하는 과감한 도전 끝에 얻을 수 있는 열매다. 일본은 이 같은 진리를 재인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자율주행 차량 기업, 로봇택시는 내년 3월 자율주행택시를 시범 테스트 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차에 자율주행 장치를 탑재한 이 택시가 운행을 하게 되면 세계에서 첫 번째로 선보이는 자율주행 택시가 된다고 한다. 오는 2020년까지 회사는 도쿄에서 수천대의 자율주행 택시를 이용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사고에 대비해 안전요원이 동승하기는 하지만 미국의 네바다 등 일부 지역에서 별도 면허를 발급해 허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파격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 시도가 무엇이든 꼼꼼히 따지고 결정하는 것으로 유명한 일본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장 우리나라에서도 자율주행차의 운행을 허가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아무리 중요하고 경제적 효과가 큰 기술이라도 안전을 희생하면서 무작정 도입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혁신과 발명, 창조가 이뤄지려면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다양한 움직임을 독려하고 지원하는 문화가 필수적이다. 또 이를 수용하는 제도와 인식 또한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절감한 일본은 혁신을 이뤄내는 방향으로 변화의 페달을 밟고 있다.

가장 변화에 보수적으로 알려진 일본이 이렇게 변화를 수용하는 시스템으로 변모하는 동안,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달리고 있을까. 한때 ‘IT강국’, ‘다이나믹 코리아’를 자랑하던 우리는 지금 과연 어떤 도전을 하고 있나.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 제도나 법이란 울타리에 가로막혀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로운 틀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조차 기존 파워게임에 휩쓸려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창조경제가 과연 국민들의 혁신 에너지를 제대로 담아내고 있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현주소를 꼼꼼하게 점검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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