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이 담임을 맡은 고등학교 2학년 학생에게 성적인 내용이 담긴 편지를 받는 심각한 교권 침해를 당하고도 피해 교사가 해당 학생을 계속 가르쳐야 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일 경기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경기 화성시 한 고등학교에서 2학년 남학생 A군이 여성 담임교사 B씨에게 성희롱성 편지를 보냈다.
편지엔 B씨 이름이 존대하지 않은 채 34회 가량 언급됐고, B씨와 성욕과 관련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상상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B씨에게도 자신과 같은 감정을 요구하는 협박도 다수 포함됐다.
특히 A군은 교내 곳곳에서 B씨에게 유사 스토킹성 행위를 지속적으로 가하고 있어 B씨는 A군을 마주칠 때마다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B씨는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구했고, A군에게 '학급 교체' 처분이 내려졌다.
그러나 담임 학급만 교체됐을 뿐 B씨가 가르치는 선택 과목을 대신할 교사가 없어 선택 과목에서는 B군을 계속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실질적인 분리는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개학하면 B씨는 A군과 대면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B씨는 학교 측에 온라인 보충교육, 시간강사 채용 등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B씨는 지난 18일 병가를 냈다.
교사노조는 "학급 교체 결정까지 내려졌고, 교보위 결정 이후 개학까지 한달여 시간이 있었음에도 학교 측은 실질적인 분리를 하지 않았다"며 "결국 가해 학생이 아닌 피해 교사가 병가를 내고 교실을 떠났다. 현행 교사 보호 체계의 공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교육감을 단장으로 하는 교권보호단을 꾸리고, 전국 최초 '교권보호전담관'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10일 교권보호전담관 300명을 최종 선발했으며, 이들은 경기 전역에 퍼져 교권 침해와 악성 민원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원을 사안 초기부터 종료까지 1대 1로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오는 22일 출범하는 교권보호지원단에서 이번 사건을 다룰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