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뿔테 안경에 맨투맨 셔츠와 청바지, 한손에는 콜라 캔.
알파고로 한국인을 충격에 빠뜨린, 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사비스는 딱 봐도 ‘너드 룩’(Nerd look) 을 하고 있다. 그의 이력도 너드의 전형이다.
하사비스는 게임광으로 출발해 10대때 이미 게임개발자로 성공했다. 홈페이지에서도 자신을 ‘게임 디자이너’이자 AI 프로그래머‘라고 소개한다. 1976년 영국 런던에서 각각 사이프러스와 싱가포르 출신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13살 때 체스 ‘마스터’ 등급에 올랐다. 컴퓨터 게임에 열광해 18세에 ‘테마파크’ 게임을 개발했고 이후 인지 신경과학과 인공지능으로 관심을 옮겨 박사학위를 딴 뒤 2010년 딥마인드를 창업했다.
고교 조기졸업- 게임개발회사-케임브리지대 진학 -회사운영-인지신경과학 박사 학위 라는 20,30대 라이프스타일을 보면 성공한 너드가 꿈꿀 ’학업일치‘의 이상향을 보는듯하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너드는 ’지능이 뛰어나지만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거나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대중적이지 않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비주류 활동을 하는데 과도한 시간을 보내며, 과학 기술이나 픽션, 판타지에 관련한 분야에서 많이 보인다. 일본에서 건너온 말인 ’오타쿠‘,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즐겨 쓰이는 ’덕후‘와 비슷하다.
천재 바둑인 이세돌의 연패로 당분간 우리 사회에서는 인공지능과 하사비스 연구가 거센 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주입식 교육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수학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초등학교부터 컴퓨터 코딩을 가르쳐야 한다‘ 등이 예상된다. 물론 지금의 교육 체계에 변화가 필요하고 산업시대와 압축성장 시기에 맞았던 교육은 폐기해야 한다.
그러나 이 혼란한 시대에 도약을 위해서는, 사회 한 구석에 괴짜같이만 보이는 너드들이 성장할 만한 여유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가 고안한 훌륭한 시스템과 더불어 그 아래에서 자기 일에 미쳐있는 사람들과 함께 가는 구조말이다. ’대학-취업-결혼-육아‘로 이어지는, 한번 타면 내리기 힘든 롤러코스터를 잠깐 멈출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너드가 만개한 사회는 리버럴한 사회였고, 군국주의나 독재치하에서 너드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너드의 독특함을 참아줄수있고, 억지로 싸잡아 똑같이 만들려고 하지 않는 사회에서만 이들이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너드‘(외르크 치를라우 지음) 중)그들의 힘이 응집돼 폭발한 순간이 철학 과학 예술이 최고로 발전했던 시기였다. 미국에서는 최근 IT 르네상스와 자유로운 사회분위기에서 너드 전성기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너드로 보여야 성공한 사람취급받기도 한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최근 잡지 파퓰러 사이언스를 통해 “너드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고까지 강조했다.
유럽의 너드들은 정계에도 진출했다. 지난 2006년 너드들이 해적당을 만든 이후 2011년 베를린 지방선거에서 8.9%의 득표율로 15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저작권법의 개정과 인터넷 상의 개인 프라이버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해적당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철저히 아래에서 위로 의사가 결정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불가능해보였던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꾸준히 강조해왔지만 아무도 그 실체를 모른다는 ’창조경제‘의 해법도, 여기 있지 않을까. 단시간내 인공지능정책 수립에 들어가기 보다 이 사회에 더 많은 너드와 덕후를 지지해주고 양성하는 것이 창조의 꽃을 피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