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라클이 일깨워준 국내 SW업계 현주소

김지민 기자
2016.04.15 03:34

“이게 우리의 현실 아니겠어요? 오라클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국내 기업의 발목을 잡는 ‘못된 행태’를 바로 잡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오라클에 맞설 대항마가 없기 때문 아닐까요.”

‘끼워팔기’, ‘구입강제’ 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아온 세계 1위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업체 오라클이 무혐의 판정을 받던 날,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서 20여년 간 근무한 인사가 한 말이다.

우리 정부가 외국 업체를 조사하면서 내린 결정은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IT 업계의 현실을 일깨우는 기폭제가 됐다. 공정위가 오라클을 조사하게 된 건 오라클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고객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시장 논리로만 따지면 오라클을 탓할 일이 못 된다. 제품 선택권은 늘 고객에게 있다. 문제는 고객이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는 데 있다. 오라클은 공공기관을 포함해 국내 DBMS 시장의 58%를 독식하고 있다. 정부는 외산이 아닌 국산 SW를 쓰라고 독려하지만 현실은 딴 판이다.

국내 SW 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SW 제값 주기’ 문화를 확산해보자고 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공공 수요기관의 ‘가격 후려치기’ 관행은 여전하다. 현재 국내 DB업체의 유지보수 서비스 요율은 오라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상황이 고착화 되면서 국내 SW업계는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고 대항마를 길러내는 작업은 현실적으로 벅찰 수밖에 없다.

공정위 결정이 당장 국내 SW업계에 큰 변화를 몰고 오진 않겠지만 결과적으로 오라클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될 것이란 점은 불 보듯 뻔하다. 오라클은 공정위의 결정된 지난 12일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영업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소유의 종말’에 비유되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오라클의 ‘독점 본능’이 어떤 식으로 발현될지 예상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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