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21세기형 軍 운영의 길

류준영 기자
2016.05.19 03:0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실험실엔 방학이 없어요. 월화수목금금금이죠. 기술 개발 속도가 워낙 빨라 자칫 한눈이라도 팔면 못 쫓아가요. 그래서 이공계에선 (현역 복무기간인) 20개월 공백이 크다는 겁니다. 이런 연속성의 특성을 중요하게 여겨 생긴 이 제도를 없앤다니요."(H대학 석사과정 최 모 씨)

선택할 수 있는 패가 그렇게 없었나. 국방부가 방역특례 폐지 발표 말이다. 국방부는 출생율 저하로 병력자원 감소가 우려된다며 산업기능·전문연구 등 대체복무요원을 2023년까지 없애겠다고 밝혔다. 수년 간 만지작 거리다 내려놓기를 반복하던 카드를 뻔한 반대를 알면서도 밀어붙이기 한 것으로 보인다. 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우수 인력의 해외 유출을 가속화할 도화선"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대체복무·전환복무 요원으로 뽑히는 사람은 연간 2만 8000명. 이들을 현역으로 보내면 2020년 이후 연간 병력 부족 규모인 2만∼3만명을 보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실질적인 효과가 있겠냐는 것이다.

국방부는 2030년까지 적정병력 수 52만명을 유지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저출산 미래 통계를 볼때 추가적인 땜방식 처방이 나올 게 분명하다. 대다수 연구자들은 적정병력수로 30~40만 명을 제시한다. 병력은 줄이되, 첨단기술로 전력 수준의 질적 향상을 이룬다는 전제로 말이다.

국방 기술의 패러다임도 변하고 있다. 인간형 킬러 로봇을 실은 병력수송용 무인장갑차가 전쟁터로 향하고, 4족 보행 로봇이 군수물자를 전투기지로 옮긴다. 드론(무인기)이 기지 주변 정찰임무를 수행한다. 현대전(戰)의 모습이 이렇게 그려진다. 사람 그림자를 찾아보기 힘든 '로봇 대리전' 양상이다.

현실화된 로봇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이미 선진국들은 R&D 경쟁이 치열하다. 미 육군은 전투 임무를 수행할 2족 인간형 로봇 '펫맨'을 개발했다. 중국군은 2023년까지 드론 4만대를 생산, '드론부대'를 창설할 계획이다. 인도는 피아식별이 가능한 무장로봇을 개발, 10년내 실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21세기 전장에선 인공지능(AI) 로봇 병사들이 인간을 대신할 전망이다. 그러려면 유능한 과학 기술자가 더 필요하다. 바로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다. 대체복무제는 이들에게 단절없는 연구경력을 쌓을 수 있는 통로이자 해외 유출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해왔다.

우수 인재를 키우기는 커녕 총 한자루씩 나눠 주고 전장으로 등을 떠밀어서야 되겠는가. 이들이 현대전에서 군 전력 증강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미래 안보위협에 대비한다는 목적이라면, 병사 머릿수 채우기식 재래식 군 운영방식 보단 병역특례 요원들을 미래전에 대비한 우리군 첨단화에 활용하는 계획이 더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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