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이 모여있는 제주도는 내국인에게도 설레는 외국 휴양지 같은 자랑스러운 우리 땅이다. 지난주 취재차 다시 방문했다. 음식점을 찾기 위해 블로그 등을 뒤졌더니 여러 군데서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들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이 자료만 보면 ‘안 가면 안 될 것 같은 의무감’이 무겁게 다가왔다. 그중 A음식점을 찾아 방문하기로 했다.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갈치구이 가격이 1만6000원. “(좀 비싸긴 하지만 관광지니까) 한 마리 시켜보지”하고 주문하려던 순간, 그 가격은 한 마리가 아닌 한 토막이었다.
‘얼마나 크길래’하며 오기 반으로 주문하자, 이번엔 공깃밥은 가격에서 제외된다는 말이 돌아왔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음식값이 왜 이리 비싸냐”고 하소연했다. 제주도 갈치가 요즘 어획량이 지난해에 비해 반으로 줄어 가격이 치솟은 데다, 1인당 제공되는 갈치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을 만큼 희귀해졌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래도, 한 토막에…” 했더니, 그는 “그건 좀 비싸다”며 “보통 (같은 크기) 다섯 토막에 5만 원 정도가 관광 음식점에서 받는 금액”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순간 머릿속에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말한 “김밥 한 줄에 1만원”이 스치며 갈치도 그런 종류의 바가지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김밥은 어떤 재료를 쓰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일 수 있는데, 갈치는 구이일 뿐인데도 가격 차이가 크게 날 수 있는지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다가왔다.
제주도에서 갈치는 마리 당이 아닌, kg당으로 팔린다. 외지인이 싸게 갈치를 먹겠다고 수산시장에서 무게를 잰 뒤 정당한 가격을 치러도 뒷맛이 개운하지 않은 사례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한 관광객은 “2kg어치 갈치를 샀는데, 알고 보니 무게를 잴 때 바구니 밑에 600g짜리 납이 있었다”며 “항의를 해도 ‘원래 그런 것’이라는 그쪽 분위기에 되레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제주도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관광객이 SNS에 올라간 ‘맛집’만 따라가다 보니, 다른 음식점들이 다들 고사 직전”이라며 “극과 극의 가격이 낳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고 혀를 찼다.
문제는 갈치 가격이 아니다. 관광지라는 ‘특수’에 기대어 가격 편차가 심해지는 극심한 환경이 또 다른 갈등 구조의 사회를 잉태한다는 것이 문제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관광객이 적어 ‘폐허’로 평가받던 제주도가 관광지로 인기를 끌자, 외지인의 돈이 물밀 듯이 밀려들면서 주민 간 갈등의 골도 깊어졌다는 것이다.
서귀포시에서 만난 한 제주도 도민은 “한 달에 이주민이 1000명 정도 내려오는데, 옆 사람은 보지 않고 건물 올리는 데만 열중하면서 콩가루 도시가 된 기분”이라며 “관광지 개발도 중요하지만 인정도 중요한 것 아니냐”고 씁쓸해 했다.
관광지는 돈을 벌겠다는 공급자와 돈을 쓰겠다는 수요자의 대칭성이 중요하다. ‘버는 것’이 목표의 전부가 되는 관광지는 추한 관광의 상징으로 남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