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석유화학 구조조정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홍정표 산업1부 차장 기자
2016.06.29 08:03

소탐대실 버리고 실행하는 결단이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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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홍정표

“일부 제품의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산업 조정이 필요한 건 모두 알고 있지만, 결국 조선과 해운업처럼 벼랑 끝에 몰려야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다”

최근 만난 국내 석유화학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지금이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고, 업계가 자율적으로 부진한 산업을 재편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은 중국에 의존하며 성장했지만, 최근 중국이 일부 제품을 수출하는 등 수출국으로 변신하면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때 중국은 우리 석유화학제품 수출량의 절반 이상을 가져갔다. 이제는 중국산 저가 제품이 몰려들 것을 걱정해야 될 상황에 놓이게 됐다. 기술력이 좁혀지고, 생산설비가 크게 늘어서다.

그는 “수년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산업 특성상 현재의 위기만 넘기면 좋은 시절이 다시 올 것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며 “과거와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구조조정 없이 마지막까지 버티려고 한다”고 우려했다.

페트병 등에 원료로 쓰이는 PTA(고순도 테레프탈산), 나일론의 원재료 카프로낙탐은 중국 수출 호황으로 2011년까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중국의 자급률이 오르면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PTA는 2011년 단일품목으로 약 4조4000억원가량이 중국에 수출됐으나, 지난해는 약 2200억원에 그쳤다.

중국의 PTA생산량은 매년 늘어 연간 4300여만톤의 규모를 갖췄고, 지난해에만 우리나라 총 생산규모(약 630만톤)가 넘는 900만톤의 생산시설이 증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PTA 시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이는 중국의 관련 산업 구조조정에 기인한 것으로 현지 생산설비 가동이 줄거나 멈췄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의 설비가 모두 정상가동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영업적자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석유화학 기업들은 몇 년 전 PTA 등 공급 과잉 품목에 대해서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약속했고, 2014년 최악의 한해를 보내면서 실제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저유가에 따른 제품 판매 증가 및 마진 확대 등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되자 구조조정 얘기는 쏙 들어갔다. 자사의 생산량은 줄이지 않고, 경쟁사들만 감산하라고 하니 논의 자체도 사라져 버렸다. 생산량이 줄어 제품 가격과 판매량이 상승할 경우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어서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조선업도 조금만 버티면 될 줄 알았는데, 결국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되고 그 과정은 가혹하다. 수주 감소에 맞춰 생산설비를 줄이는 것과 동시에 그에 맞춰 직원들도 내보내야 한다. 자산을 팔아 자구안을 이행해야 되는데, 브렉시트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져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원유를 수입해 제품을 수출하기까지는 남보다 앞서 산업 동향을 분석하고 대응한 기업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외부 환경에 떠밀려 구조조정에 나서기 보다는 먼저 실행하는 용기를 내는 것은 어떨까.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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