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단통법, 정부와 국민의 '평행선'

이하늘 기자
2016.06.29 03:36

2012년 9월 다수 이동통신 유통점들이 동시에 최신 프리미엄폰인 갤럭시S3를 17만원에 내놨다. 출고가 90만4000원인 인기 제품이 헐값에 풀리면서 대규모 번호이동이 이뤄졌다. 일명 ‘갤3 대란’이 시작된 것.

하지만 대란 속에서도 정보가 부족한 이용자들은 출고가를 고스란히 부담하고 같은 휴대폰을 구입했다.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극심한 이용자 차별이 벌어진 것.

2년 가까운 논의 끝에 2014년 10월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은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아울러 이통사들이 마케팅에 쏟아붓는 재원을 통신요금 및 서비스 경쟁에 투입토록 해 이용자 혜택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었다.

단통법이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일부 불법영업 행위를 제외하면 누구나 어느 매장에서든 동일한 가격에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단말기 출고가가 낮아졌고, 중저가폰도 대거 출시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20%에 달하는 요금할인제도도 새롭게 탄생했다.

그럼에도 단통법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전국민의 호갱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현행 공시지원금이나 통신요금, 단말기 가격 등이 아직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수준으로 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33만원으로 제한된 공시지원금 상한을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단통법 개선안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은 마케팅 경쟁을 지양해 이통사들의 요금 및 서비스 경쟁을 촉진, 이용자 편의를 높이겠다는 단통법의 취지와 어긋난다. 시행 2년도 안돼 단통법의 근간이 되는 조항을 삭제하는 것은 사실상 정책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는 그간 단통법이 정착하면서 이통시장 질서 정립 등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정작 제도의 영향을 받는 이용자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철저히 이용자 입장에 서서 단통법의 공과를 면밀히 점검하고, 이에 따른 종합적인 개선안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만일 단통법이 오히려 국민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가중했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폐지 역시 검토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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