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로보어드바이저와 호모사피엔스

김명룡 기자
2016.06.30 10:01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7만년 전 자기 앞가림에만 신경을 쓰는 별 중요치 않은 동물이었던 호모사피엔스가 지구 전체의 주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차분히 설명하고 있다.

하라리는 "우리는 뻔뻔스럽게도 스스로에게 '호모사피엔스(슬기로운 사람)'라는이름을 붙였다"며 "유전공학, 인공지능 등 인류가 만들어낸 기술의 혜택은 무한하지만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면 인류의 멸종이라는 비용을 치르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인류를 놀라운 신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려 고군분투하는, 신이 되려고 하는 존재로 보았다. 특히 인간의 지적 능력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내는 인공지능은 인간이 무생물적 존재(비유기체)를 생명으로 창조해 낸다는 점에서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사례로 꼽았다.

인공지능은 우리 삶의 다양한 영역에 침투하고 있는데 금융권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로봇과 투자전문가의 합성어)가 대표적이다. 현재 로보어드바이저는 자동화된 알고리즘을 통해 고객에게 온라인으로 포트폴리오 관리를 해주는 자문서비스 수준이다. 하지만 언젠가 스스로 학습하고 투자를 하는 진정한 인공지능을 갖춘 로보어드바이저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감정에 흔들릴 수 있는 인간의 실수를 최소화하고 방대한 양의 통계를 분석해 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감정이 없다'는 것은 양날의 칼이다.

하라리는 인류의 가장 독창인 발명으로 '개념'을 꼽았고, 이 발명이 호모사피엔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에 비해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고 연산능력이 빠르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직관이나 사유, 감성, 인식 등을 흉내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실재하지 않지만 인간이 생각해낸 종교, 신화, 민족, 도덕 등의 개념을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투자의 영역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수치나 과거의 통계만으로 기업의 미래를 예측하는데 한계가 있다. 과거 바이오분야를 담당하면서 수많은 기업의 창업자와 CEO(최고경영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수년이 지난 후 몇몇 기업은 승승장구하고 있고, 몇몇 기업은 사라졌다. 돌이켜보면 임상시험에 대한 데이터나 기업의 실적 등 객관적인 데이터가 반드시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인간에게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직관'이라는 것이 있다. 기업을 탐방하고 경영진을 인터뷰하고 직원들을 만나보면 회사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열정'이나 '자신감' 그런 것들이다. 사람을 만나서 눈빛을 나누고 교감하는 것, 그것은 아직까지 인공지능보다 사람이 우월한 영역이다.

인공지능에 모든 것을 맡기기엔 수만년 동안 지구를 지배해온 호모사피엔스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리고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를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늘 호모사피엔스가 해오던 일이다. 인류는 인공지능이 가져올 문제에 대해 심각하고 고민하고 대안을 내놓을 것이다. 호모사피엔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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