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우트 재료에서 분리된 블리딩수 등이 주원인', '긴장이 풀린 P75~76 텐던 1개소와 이와 유사한 표면부식이 발견'.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후폭풍에 이목이 집중됐던 지난 27일. 서울시가 발표한 보도자료 일부다. 서울시가 정릉천고가 결함 원인에 대해 중간 발표를 하면서 내부순환로 두모교와 서호교에서도 문제가 발견됐다고 밝힌 것이다.
브렉시트라는 이슈에 묻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서울 고가의 안전 문제가 여전하다는 게 드러났다.
그런데 서울시 발표 자료를 보면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는 게 한 두군데가 아니었다. 출입기자가 쓴 기사를 쉽게 수정하려 했으나 포기하고 말았다. '이런 용어도 모르고 데스크를 보냐'고 서울시 관계자들이 핀잔을 준다면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서울시에 반문하고 싶다. 과연 이런 용어를 아는 시민들이 몇 명이나 된다고 생각하는지, 서울시장과 부시장에게도 이렇게 보고를 하는지. 이런 용어를 모르면 안전의식이 제로라고 생각하는지 말이다.
토목·건설 분야만의 전문용어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시 관계자들로선 자료 문구를 만드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보다는 교량의 안전을 점검하고 보수·보강하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서울시가 이 자료를 발표한 것은 교량 점검 결과를 널리 알려 안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서울시 담당 본부장은 이날 "시민 안전을 위해 단 1%의 문제가 있더라도 철저한 원인조사와 보수·보강을 실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취지라면 시의 이번 발표 자료는 낙제점이다.
안전 문제는 전문가들만 안다고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시민들이,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안전의 중요성을 깨닫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 용어만 나열된 자료와 기사만을 접하게 되면 상당수 시민들은 이에 질릴 수 밖에 없다. 안전 관련 용어를 쉽게 풀어 설명해 주면 시민들의 안전 의식도 높아질 것이다.
머니투데이는 국민안전처와 공동으로'안전이 없으면 삶도 없다'를 주제로 연중 국민 안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인재(人災)라고 할 수밖에 없는 후진국형 안전 참사가 이제는 더 이상 되풀이돼서는 안된다는 판단에서다.(☞관련기사제2·제3…人災에 경제 흔들…'안전의식'이 가장 부실했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안전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약한 처벌, 정부와 기업의 안전정책 외면, 안전교육 부재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와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가 안전 관련 용어부터 좀 더 쉽게 쓰는 것, 바로 그것이 안전의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