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기업 사원의 집, 밤 10시가 조금 넘어 휴대폰을 열었다. 5분 전에 메신저가 와 있었다. 회사 단톡방이다. 팀장님의 글.
"이거 우리 팀에 적용해 보면 어때들?"
글 옆에 숫자를 보니 몇 명은 읽었는데 답이 없다. 자판을 누른다.
"좋은 생각입니다 ^^"
퇴근 후 메신저로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들이 많은가 보다. 대화 내용과 상관없이 '주어'가 회사라면 그렇기도 한데, 업무 관련된 메신저면 스트레스는 더 클 수밖에 없다.
A씨는 밤이나 이른 아침에도 회사로부터 업무 메신저를 받는다. 퇴근 후 가족들과 식사를 하다가도 짬짬이 휴대폰을 잡아야 한다. 대응이 없으면 전화가 오니 그때그때 처리를 하는 편이다. B씨는 회사 단톡방(스마트폰 메신저 단체 대화방)이 여러 개다. 80명이 있는 방도 있다. 알림 소리가 시끄러워 소리를 꺼놨지만 휴대폰을 열 때마다 빨간 표시로 쌓여가는 숫자의 압박이 크다. 사무실을 떠나도 완전히 떠난 게 아니다.
지난달 22일 일명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법'이 발의됐다. 직장인들의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인정하는 게 그 취지다. 관련 기사에 누리꾼들은 크게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 법안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하면서도 법안 취지에 찬성하는 의견도 눈에 많이 띄었다. 네이버에 오른 관련 기사엔 30대가 가장 많은 글을 남겼다. 30일에는 정부와 경제단체가 포함된 '일·가정 양립 민관협의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지난 2월 한국노동연구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업무시간 외(휴일 포함)에 스마트기기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70%가 넘었다. 그리고 이들의 평균 사용시간은 주당 677분, 11시간이 넘는다.
#밤 10시경. 업무 관련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잊어버릴까봐 바로 단톡방에 글을 남겼다. 팀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려는 취지는 아니다. 몇 분 지나 한 팀원의 반응이 왔다. 음… 정말 괜찮은 생각인가?
스마트폰 메신저는 이름대로 '스마트'한 수단이다. 업무적으로 공지할 내용을 일일이 얘기할 필요 없이 한꺼번에 여러 명에게 보낼 수 있다. 직업 특성상 밤 늦게 급히 일을 봐야 할 때도 도움을 준다.
그런데 이렇게 편리함을 준 도구는 말 걸기의 '진입장벽'도 낮췄다. 20년 전 집전화가 일상적 통신수단이었을 때에는 직원의 집으로 전화를 거는 건 정말 급한 일이 생겼을 때였다.
진부한 얘기지만 문명의 이기는 잘 써야 '득'이고 잘못 쓰면 '독'이다. 얼마 전부터 서울 몇 군데 길바닥 위에는 스마트폰 사용자 주의 표시가 붙었다. 사고 예방 차원인데 '이런 것까지 필요한가' 싶지만 필요한 게 현실이 됐다. '카톡 금지법'의 통과 여부보다 법안이 나온 배경을 한번 생각했으면 싶다.
덧붙임. 메신저에는 스스로에게 보내는 '나와의 채팅방' 기능이 있다. 퇴근 후 업무적으로 생각난 것, 유머글 등은 일단 이곳에 담아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