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감염병 공화국' 오명 벗으려면

안정준 기자
2016.09.02 03:30

"수산물은 익혀서 드시라고 조언했기 때문에 이 사실을 접하고 놀랐습니다"

세 번째 콜레라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31일. 이 환자가 익힌 정어리와 오징어를 섭취했다는 사실을 두고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이같이 말했다. '수산물은 익혀 먹으라'는 정부의 콜레라 예방수칙이 깨진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발생 후 1년이 지난 현재, 한국은 여전히 '감염병 공화국'이다. 15년 만에 등장한 콜레라부터 C형간염, 일본뇌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감염병이 쏟아져 나온다. 사상 초유의 폭염 탓에 감염병이 확산될 환경이 조성됐다는 정부의 '변명'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본질은 감염병 확산을 최소화하고 정확한 확산 원인을 신속히 밝혀낼 정부의 대응능력 부재다.

콜레라는 발생 2주차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발생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해수 오염에 따른 수산물 오염' 가능성이 높다는 추정만 있을 뿐이다. 해수 오염 마저도 조사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정부는 해수 채집 시기를 기존 격주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앞당기기로 했지만, 보건당국 내부에서조차 정확한 원인 규명이 어려울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환자 발생 후 시간이 지난 상태여서 오염원을 밝히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C형 간염 조사는 아예 대응 자체가 늦었다. 지난달 22일 서울 동작구 서울현대의원(현 JS의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 508명 집단 감염 사태는 주사기 재사용이 의심된다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한 달 이상 지나서야 검사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피해자 보상을 위한 결정적 증거인 바이러스 검출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C형간염이 문제가 되지 정부는 '표본조사'에서 '전수조사'로 전환하기로 했지만, 이미 3년 전 전수 조사 필요성을 주장한 용역보고서가 묵살된 정황도 드러났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 후 국가 방역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하지만 폭염과 함께 찾아온 감염병들로부터 재차 확인된 것은 '후진적 대응'이다. 되풀이되는 착오의 고리를 끊기 위한 해법은 이미 정부가 '제2의 메르스' 발생을 막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발간한 '메르스 백서'에 나와 있다. 당국자들이 '메르스 백서'를 제대로 일독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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