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 정책의 향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의 윌리엄스 총재가 지난 8월 발표한 논문(Measuring the Natural Rate of Interest)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윌리엄스 총재는 경기를 과열시키지도 위축시키지도 않는 미국의 자연이자율이 0.4%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데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상황에선 기존 금융정책의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미 연준의 2% 물가목표정책을 상향수정해 금융정책의 여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은행이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보다 상향된 물가 수준이나 명목GDP 수준을 정책목표로 할 것을 선택지로서 제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일찍 미국경제의 장기 저성장 위협을 경고해온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도 재정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윌리엄스 총재의 제안을 보완하면서 중앙은행이 물가목표를 구체적으로 4~5%로 상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 연준 의장, 부의장을 비롯한 집행부는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암시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옐런 연준 의장은 8월26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미국경제는 완전고용에 가깝고 금리를 인상해야 할 이유가 강해졌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미 연준 내에서 미국경제의 장기 저성장을 우려해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한편으로 금리인상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다소 모순된 측면도 있다.
미국 연준의 이러한 딜레마는 현재의 지나치게 낮은 금리는 비정상적인 것이고 여기서 탈출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이나 유럽이 비정상적인 금융완화정책 환경 탈출이 단기적으로 불가능하게 보이는 것과 달리 미국은 금융정책 환경의 정상화 가능성이 남아 있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미국경기 후퇴에 대비해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금융정책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경기가 양호한 현시점에 금리를 올리고 싶다는 것이 미 연준의 속마음일 수도 있다. 장기 저성장과 저금리 장기화 기대로 미 연준의 금리인상 경고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반응하지 않고 장기금리가 계속 떨어져 주식 등 자산시장이 미국경제의 상황에 비해 지나치게 상승할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미 연준이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미국의 고용사정은 진폭은 있으나 실업률이 4%대로 떨어지는 등 꾸준히 개선되고 있어 미 연준으로선 어느 순간에 물가상승 압력이 발생할 것을 경계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자연이자율을 떨어뜨리는 장기 저성장 트렌드가 미국경제에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며, 고용이 양적으로 개선되어도 임금상승세는 부진한 상황에 머물고 있다. 미국경제의 생산성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이것이 공급부족을 야기해 물가를 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하기보다 일본처럼 임금 및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그린기술 등 제4차 산업혁명을 통한 생산성 증대 효과가 거시경제 차원에서 나타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상을 감안하면 미국의 금리 정상화는 다음의 경기순환 과정에서나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올해나 내년 중에 미국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소폭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에 떨고 있는 신흥국경제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융완화 기조가 장기화하는 것은 신흥국의 금융시장이 안정을 유지해 이들이 자원가격 급락, 중국경제의 성장세 하락의 충격을 극복하고 점차 새로운 성장 추세로 이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선진국경제 회복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