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반려견과의 동거, 준비되셨나요?

오성종 국립축산과학원장
2016.09.23 05:17

가족이 잠든 밤 외로움에 시달리는 가장, 텅 빈 집에서 시린 맘을 달래는 독신남, 그리고 이들에게 위로와 기쁨을 주는 반려견들. 쓸쓸한 남자와 개의 동거를 카메라에 담아낸 한 예능프로그램의 모습이다.

지난해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1.8%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한 고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가 외로운 개인들로 하여금 개와 고양이를 새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삼는 의식의 전환은 용어의 변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과거에는 장난감의 의미가 포함된 애완(愛玩)동물로 간주돼 왔으나, 최근에는 인생을 함께 하는 반려자(伴侶者)로 인정해 대우하고 존중하자는 의미에서 반려동물로 지칭토록 하고 있다.

개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반려동물이다. 영리하기도 해서 주인과 식구들을 곧잘 알아본다. 멀찌감치 주인의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현관 앞으로 달려와 짖어댄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펄쩍펄쩍 뛰며 바짓가랑이와 양말을 물어뜯는다. 어느 누구보다 완벽하게 주인을 믿는 듯한 눈빛과 앙증맞은 애교는 직접 반려견을 키워본 람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이다. 이런 동물과의 교감이 현대인들에게 반려견의 부모를 자처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를 가족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사람과 가족을 이루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가족을 이루면 물질적 비용도, 노동 강도도 커진다. 어릴 적에는 예쁘고 귀엽다고 충동적으로 분양을 받았다가 성견으로 자라면 보기가 싫고 귀찮다고 버리는 경우도 드물지만 종종 있다.

그러므로 반려동물을 입양하기 전에는 몇 가지 사항을 꼼꼼히 고려해야 한다. 먼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평생 사랑과 인내심을 가지고 돌봐줄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강아지 보험이 있긴 하지만 반려견을 키우다보면 각종 질병으로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지출된다. 경제적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혼자 사는 1인가구라면 휴가나 명절 등 피치 못하게 집을 비우는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대안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외롭다거나 단지 귀여워서 충동적으로 입양을 마음먹지는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자신을 표현하는 일부분으로, 개성 표출이나 지위를 나타내는 매개로 반려동물을 입양하려는 것은 아닌지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5년 유기동물이 8만2000마리라고 밝힌 바 있다. 유기 및 유실 동물의 발생에 따른 처리비용은 총 128억8000만원으로 전년대비 23.5%나 증가했다. 반려견 인구와 함께 급격히 증가한 유기동물 수는 우리 사회가 과연 반려견을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를 묻는다. 가족처럼 지내면서 많은 기쁨을 주던 동물이 늙고 병들었다고 몰래 버리고 방치하거나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는 개인의 양심문제를 넘어 생명을 경시하는 엄중한 위법행위로 동물보호법에 의거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동물은 인간에게 많은 것을 주는 존재이다. 입양 전, 사랑과 정을 서로 주고받으며 교감을 나누는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좀 더 신중한 마음가짐과 준비가 필요하다. 더불어 새 반려동물 가족을 찾고 있다면, 이왕이면 가족을 잃은 유기동물에게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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