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셀트리온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공통점이 많다. 두 사람은 월급쟁이에서 시작해 굴지의 기업 총수의 자리에 올랐다. 자신들이 일군 회사를 바이오업계와 증권업계 1위로 만들었다. 재산도 조단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샐러리맨 성공신화로 부족함이 없다.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이 꽃 길 이었을 리 없다. 성공하기 까지 수많은 실패를 극복하고 주변의 질시를 견뎌냈을 터다. 서 회장이 "사업초기에는 하루하루 살기위해 몸부림쳐야 했다"고 회고했을 정도다. 하지만 맨손으로 태어난 '흙수저'들도 '노오력(노력)'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쓰려고 이들의 이야기를 꺼낸 건 아니다. 두 사람의 성공스토리와 관련된 기사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박 회장은 10년 전 쯤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두 사람의 미래에 관한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미래와도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최근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생겼다. 미래에셋대우가 셀트리온의 관계사인 셀트리온지에스씨에 2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 회사 간 투자지만 서 회장과 박 회장의 교감이 있었을 것이다. 실제 두 사람은 종종 만남도 갖고 친구처럼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친분만으로 수백억원의 투자가 이뤄졌을 리 없다. 두 사람의 공통분모는 '바이오산업'과 '창업자정신'이다.
서 회장은 2002년 셀트리온을 설립한 이래 끊임없이 자금압박에 시달렸다. 사채까지 끌어다 쓸 정도로 상황이 나빴다. 과거에 없던 사업을 하는 셀트리온이 투자를 받을 곳은 외국계 자본 뿐이었다. 잘 될 것이라는 확신으로 버텨냈고 적절하게 운도 따랐다. 셀트리온은 세계 처음으로 항체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를 개발해내는데 성공했다. "토종 한국기업으로 세계 최대 바이오기업을 만들겠다"는 서 회장의 꿈이 서서히 실현되고 있다.
그런 서 회장에게 든든한 우군이 생긴 듯하다. 박 회장은 평소 바이오와 같은 신성장산업에 투자하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 수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여러차례 밝혔다. 박 회장은 지난 4월 합병을 앞둔 미래에셋대우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어려운데서 누구도 생각하지 않은 일을 한 셀트리온과 서정진 회장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며 서 회장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이 셀트리온에 얼마나 투자를 할지는 알 수 없지만 투자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박 회장은 "한국의 산업은 과거의 헤비인더스트리(중공업)와 하드웨어에 천착돼 있다"며 "앞으로 시장을 이끌어갈 것은 중공업이 아니라 우리가 잘하는 소프트한 비즈니스"라고 말한 바 있다. "새로운 산업이 잉태돼야 하는데 우리는 그걸 잃어버리고 있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한국은 벤처창업이 천국인 나라가 돼야하고 새로운 산업에 씨앗을 뿌려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도 했다. 박 회장은 바이오산업이 앞으로 한국 산업을 이끌어갈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두 사람의 가장 큰 공통점은 창업자라는 점이다. 창업자가 가진 도전정신이나 열정은 회사를 물려받은 재벌2, 3세나 전문경영인과는 다르다. 두 샐러리맨 신화가 만나 앞으로 어떤 일을 만들어낼지 기대가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