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경제(GDP) 성장에서 건설부문의 기여가 무려 50%에 달했다. 한국경제가 건설산업에 이렇게 매달리게 된 것은 부동산을 산업으로, 그리고 경기부양 수단으로 다루어 온 보수정권의 부동산정책 결과다.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도 부동산 의존형(지대추구형) 정책을 펴 온 결과이다. 조금이라도 침체의 기미만 보면 인위적으로 거래를 늘리고 매매를 늘리며 공급을 늘리는 부양책을 쏟아냈다. 이의 누적적 결과로 실물경제는 바닥을 기고 있지만 부동산경제는 훨훨 날고 있다. 작년 집값은 물가 상승의 5배 이상 올랐는데, 올 들어서도 서울의 아파트 가격(9월말까지)은 벌써 3.77% 올랐고, 강남재건축 아파트(13.36%)는 이의 3.5배 폭등했다.
지금의 부동산시장 활황은 이렇듯 수요를 억지로 짜낸 결과다. 초이노믹스란 이름으로 쏟아낸 각종 규제완화는 실수요자를 넘어 가수요자까지 시장에 대거 끌어들였다. 분양시장이 뜨거운 까닭은 집을 정말 사야 할 사람(실수요자)들이 구매에 나섰기 때문이 아니라 완화된 청약 및 대출제도 등을 이용해 당첨된 분양권을 되팔아 전매차익을 얻기 위한 사람(가수요자)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저성장 시대인 지금, 부동산 시장 바닥에 흐르는 기운은 기본적으로 위축과 하향화다. 주택보급률 110%, 주택구매층의 감소, 집값상승 기대포기, 주택보유부담의 증가 등으로 시장의 흐름에 맡겨놓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은 줄고 가격도 덩달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시장의 자기조정 모습이면서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쏟아낸 오만가지 부동산대책은 이러한 시장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의 일색이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하면서 각종 규제완화를 바닥까지 풀어 시장거래를 활성화시켰지만, 기실 그것은 투기적 이익에 대한 기대를 미끼로 만들어낸 가수요에 의한 것이었다. 돈 빌려 줄 테니 집사라고 등 떠민 초이노믹스는 그 백미다.
하지만 부풀려진 수요, 즉 가수요가 꺼지는 것은 시간의 문제다. 완화정책의 효과가 소진되고 후속 완화정책이 계속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실물경제가 크게 개선되지 않으면 부풀려진 수요는 지탱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부풀려진 수요에 반응하는 공급의 팽창이 현실화되면 수요는 상대적으로 더욱 줄어든다. 지금 이후의 부동산시장 상황이 바로 이러하다. 내년엔 지난 2~3년간 거래활성화에 힘입어 대거 푼 인허가 물량이 입주물량으로 쏟아져 나오게 된다. 정부가 제시한 적정치(연간 39만호 공급)를 1.5배 초과한 공급물량(약 60만호)이 쏟아지면 이를 소화할 시장수요가 충분할까? 그렇지 않다면 미입주, 미계약, 저가매각, 가격하락 등의 속출은 불가피하다. 규제완화란 이름의 인위적 수요 진작은 이렇게 일련의 문제 상황을 계속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택해야 할 정책은 중장기적 효과까지 고려한 강도 높은 근본대책이 되어야 할까, 아니면 국지적 과열을 식힐 선별적·단계적 대책이어야 할까? 올바른 답은 앞의 것이다. 지금의 과열도 잡고 내년의 공급과잉이란 충격도 최소화하기 위해선 인위적으로 부풀려 놓은 가수요를 제거하는 근본대책이 나와야 한다. 특히 2여 년 전 최경환 부총리가 풀어 놓은 완화정책 대부분을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 분양가상한제 복원, 청약1순위 자격강화, 분양권 전매제한 연장, 재당첨금지 재도입, LTV.DTI 완화유예 중단,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유예중단, 초저금리 조정 등이 구체적인 방안들이다. 특히 선분양제도를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이러한 대책은 시장을 실수요 중심으로 움직이기 위한 것이다. 정부가 연간 주택공급량을 39만호 잡았던 것은 실수요를 중심으로 예측했던 것이다. 그것을 무려 1.5배 넘어서는 공급초과와 이를 뒷받침할 수요 진작은 부동산시장에 그만큼 주름과 거품을 만들어낸다. 이를 거두어내자는 것이다. 공급기준으로 연간 39만호가 공급되고, 그 만큼의 수요가 유지되는 것으로도 부동산시장의 건강성은 충분히 유지될 수 있다. 가수요를 제거하는 강도 높은 정책은 시장의 급격한 냉각(특히 내년 대란)도 막을 수 있다. 실수요 중심 정책을 펴기 위해선 무엇보다 부동산을 산업으로만 바라보는 정책당국의 입장이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