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북동부에 위치한 비아레지오는 인구 6만 명의 작은 휴양도시다. 매년 100만여 명의 관광객을 끌어 들이는 143년 전통의 카니발 축제와 함께 전 세계 슈퍼요트의 22%를 생산하는 레저선박 제조의 중심지로도 유명하다. 30여개 레저선박 제조업체와 1,000여개의 부품생산업체들은 레저선박 제조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선박 제조부터 인테리어 변경, 선체 수리·보수, 부품 교체 등 레저 선박과 모든 활동이 이루어지는 이곳은 레저 선박제조의 글로벌 중심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실 비아레지오는 20여 년 전만 해도 레저선박 제조 산업의 변두리였다. 2002년 선박 생산업체인 ‘세크(SEC)’가 도산했을 때 비아레지오의 12개 요트업체가 이 기업을 공동 인수하면서 비아레지오의 지위는 완전히 달라졌다. 유휴항만시설을 일반 선박뿐만 아니라 레저선박 제조 공간으로 쓰면서 비아레지오는 작은 휴양 도시에서 세계적인 레저선박 제조의 중심지로 변모할 수 있었다.
독일 브레멘주의 항구도시 브레머하펜도 1970년대 연안어업이 쇠퇴하고 1980~90년대 독일통일 후 미군이 철수하면서 극심한 경제난을 겪었다. 독일 정부는 브레멘의 우수 자원인 항만과 공장에서 바로 해상출하가 가능한 우수한 항만시설, 항만배후단지에 밀집해 있는 기계 산업체들을 활용하기 위해 브레머하펜항에 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하였다. 브레머하펜항의 4개 부두 중 3개 부두를 해상 풍력과 관련한 제품의 출하, 제작, 보관 등에 사용하였고, 그 결과 400여개에 달하는 관련 기업 및 연구소 등이 입주하게 되었다.
비아레지오와 브레머하펜의 공통점은 바로 해양산업체들이 유휴항만시설 이용이다. 대형 중량물을 생산하는 해양플랜트, 해양에너지 관련 기업은 유휴항만시설을 써서 제품을 생산한 후 바로 해상운송을 한다면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다. 요트와 보트 등 레저장비 제조업체도 항만에서 제품을 생산한 후 바로 앞에 있는 바다에서 제품을 시험하고 시운전한다면 보다 손쉽게 기술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수산물가공업체는 수산물 집하, 가공, 수출을 원스톱으로 추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수출입과 환적 물동량 처리의 효율화 등을 중심으로 항만을 개발하여 왔다. 그런데 최근 처리 물동량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등 양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한진해운 사태 이후의 조정기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기조 등을 고려할 때 향후 물동량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11월 30일 시행되는 ‘해양산업클러스터법’은 항만의 산업적 기능을 확대하고 항만 지역을 ‘해양산업클러스터’로 지정, 육성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이다. 이 법은 우리나라의 해양산업 관련 기업들이 안벽, 부두 등의 유휴항만시설을 제조·연구 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골자다. 또 해양산업클러스터로 지정된 곳에 입주한 기업에는 임대료 감면, 상하수도 등의 기반시설 지원, 연구개발 및 해외진출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해양산업클러스터법’ 시행에 대비해 우리 항만을 해양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기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해양 산업체가 부산항, 광양항 등 기존 항만의 기능재편과 신항육성 등에 따라 발생하는 유휴 항만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규제를 개혁하고 해양산업을 집적, 육성해 해양신산업을 창출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방침이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해양산업을 육성해 미래 세대를 위한 먹거리를 만들고 우리 경제를 이끌어나가야 한다. 이탈리아의 비아레지오와 독일의 브레머하펜처럼 우리 항만도 단순히 화물처리를 하는 공간에서 해양산업을 육성하고 성장시키는 인큐베이터로 변모해 나갈 것이라 믿는다. 우리 항만이 동북아 물류 중심지에서 세계 해양산업을 이끌어 나가는 메카로서 재탄생하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