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경쟁력 키우는 노사관계 개혁

이근덕 기자, 이근덕 노무법인 유앤(U&) 공인노무사
2016.12.14 04:48

2016년 12월9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의 지위를 되찾았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의미를 실현했다.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실망과 좌절이 컸지만 우리 국민은 이를 새 세상을 만드는 희망으로 승화시켰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수백만 국민이 광장에 모여 세계 역사상 유래 없는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했고 창의적이고 다양하며 열린 사회가 어떤 것인지를 몸소 보여주었다.

돌이켜 보건대 부패와 비리의 근저엔 언제나 ‘권한과 책임’의 문제가 깔려 있었다. 권한은 남용돼선 안 되며 권한의 행사엔 반드시 책임이 수반된다는 원리는 지난날 우리 사회에선 통하지 않았다. 권한은 더 큰 권한을 추구했고 그 끝은 항상 부패와 비리로 드러났지만 책임은 권한의 크기에 반비례하여 축소되거나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그 반복된 경험은 권한을 누려온 자들에겐 하늘을 찌르는 오만함을, 그리고 대다수 국민에겐 체념과 좌절 그리고 혼탁함만을 안겨주었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도 국민을 주인이 아닌 통치 대상으로만 생각해온 오만한 정치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으려다 빚은 참극에 다름 아니다. 국민의 준엄한 꾸짖음이 대통령에게까지 이르렀으니 이제 우리 국민은 책임을 소홀히 하는 그 어떠한 권한행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 정서가 축적되어 관행으로 자리 잡혀야 우리 사회는 소신 있는 주체들로 가득 찰 것이고 그때 비로소 사회 각 분야에 깊고 광범위하게 스며들어 있는 부패와 비리의 잔재를 청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참에 노사관계도 진정한 개혁을 시도하자. 상당기간 노사관계가 파행을 겪으면서 무엇이 문제인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지금이 오히려 환골탈태할 절호의 기회라 생각한다.

노사관계 개혁은 먼저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와 비리의 연쇄사슬을 끊어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정경유착은 노동·경제정책의 편향을 야기했고 노사관계 파행의 주요 원인이 돼왔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다수 국민, 특히 직접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전가돼왔기 때문이다. 청렴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청탁금지법(이른바 ‘김영란법’)이 도입된 것처럼 정경유착의 반복을 제어할 강력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노사관계 개혁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열린 사회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지 못하고 개별 기업의 특성과 노사간 합의를 배제한 채 일방적·획일적으로 강요된 개혁시도는 노사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했고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하였다. 이미 세상은 저마다 개성을 한껏 뽐내며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촛불광장의 자유로움과 다양함 그리고 창의성이 지배하고 있다. 이를 거슬러서는 그건 이미 개혁이 아니다.

나아가 노사관계 개혁은 노사관계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어야 한다. 노사간 권한과 책임이 조화를 이루고 그 바탕에서 노사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 과정은 경영의 변신에서 출발해 노동의 화답으로 마무리돼야 한다. 즉 일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경영의 변화가 노동의 감동을 일깨우고 노동으로부터 경영에 대한 이해와 협력을 얻어내야 하는 것이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10.2%에 머무는 우리 현실을 고려한 현실적 결론이다. 또 상생의 노사관계를 논하면서 원칙과 체계를 갖춘 경영의 조직관리가 왜 중요하며 우선시돼야 하는지를 강조하는 이유기도 하다. 물론 노동계도 노동 3권의 행사만이 아니라 그에 따른 책임을 함께 고민하는 성숙한 모습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견제의 기능을 상실하고 협력만 강조하는 것은 권한의 포기지만 반대로 협력의 가능성을 배제한 채 투쟁만을 강조하는 것은 책임의 방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는 노사의 변화 노력이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마련과 정책적·제도적 지원에 온 힘을 쏟아야 하며 확보된 경쟁력은 제도로 정착시켜야 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세상을 바꾸는 촛불광장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그리고 2017년엔 국민을 위하는 정부, 일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기업이 우리 모두의 박수를 받게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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