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자들은 “모든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한다”는 공동선언문(코뮤니케)을 발표했다. 정부는 “한중일 3국이 자유무역 정신 수호를 위한 공감대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지에서 지켜본 회의장 분위기는 ‘공감대’와는 거리가 멀다.
우선 중국의 외교적 결례는 도를 넘었다. 중국 재정부장(재무장관)인 샤오제가 회의를 불과 이틀 앞둔 3일 우리 정부에 불참을 통보했다. 사전 협의도 없었고 명확한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면전에 있는 중국측 인사들을 뒤로 한 채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먼저 악수했다. 중국측에 불쾌감을 나타낸 것이다.
유 부총리는 난처한 입장이 됐다. 한중일 재무장관 회의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과 관련해 협조를 구할 기회가 무산되서다. 유 부총리는 지난 3월 독일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 4월 미국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잇따라 중국측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중국은 “일정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얕잡아 본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2년부터 시작된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중국 인민은행 총재인 저우샤오찬은 단 한번도 오지 않았다. 중국 내에서 인민은행 총재가 재정부장보다 권력 서열이 높기 때문에 ‘관례상’ 동석이 어렵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중국 내부 권력 서열을 국제 외교 관계에 적용하는 것 역시 예의가 아니다. 인민은행은 최근 부총재 대신 ‘실무진급’인 국제국 부국장을 잇따라 보내 한중일 협의체를 격하시켰다.
이번 한중일 회의에 불참한 샤오제는 이튿날인 6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과 양자 면담을 했다. 한국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다. 실질적 권한이 있는 차기 정부 인사와 협상하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으나 무시당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중국 국가주석인 시진핑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이 중국의 속국”이라고 말했던 것도 한국이 만만해서일 터이다. 새 정부는 중국에 좀 더 당당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