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만 불쌍하죠."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반(反) 화웨이 사태'와 관련해 이같이 토로했다. 실제로 세계 G2 국가인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이 강대강으로 치달으며 한국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으로선 어느 한쪽 편을 들 수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대부분은 궁여지책으로 모든 언론 접촉에 '무대응'으로 임하라는 원칙을 세웠다.
지난달 말엔 화웨이 본사 임원들이 우리 기업을 방문해 지속적인 부품 공급을 요청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고, 최근엔 중국 정부가삼성전자와SK하이닉스등을 불러 노골적인 경고를 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지만 해당 기업들은 묵묵부답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언급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그냥 답을 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이 상황이 언제쯤 끝날 것으로 보냐"고 되물었다.
기업들은 각자도생의 방법을 모색 중이다. 이번 사태가 초래할 시나리오를 놓고 손익 계산에 나서는 한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의 무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기업들은 정부가 섣불리 개입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각 기업이 처한 상황을 알지 못한 채 탁상공론적인 대응책을 내놓으면 기업들만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외교부 산하의 전담 태스크포스(TF) 구성에 대한 기대감은 많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냐"며 "긴밀한 외교 핫라인을 통해 움직이면 좋겠지만 특별한 묘책이 없이 정부가 나서 우왕좌왕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를 탓할 수도, 제 목소리를 낼 수도 없는 우리 기업들의 안타까운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