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의사증원이 문제가 되어 나라가 시끄럽다. 도대체 지역의사가 뭐길래 이렇게 코로나19로 어수선한 이때 의사 진료거부까지 나타나고 있는가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논쟁은 약 10년전 당시 한나라당 박진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국방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논의가 재현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정부는 이렇게 주장한다. “시골에 의사가 부족하다. 따라서 시골에 근무할 의사를 양성하겠다.”
그러면 의사단체는 이렇게 주장한다. “시골에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 이미 충분하다. 다만 공중보건의사 등 임시로 일할 의사만 있어서 의료의 질이 낮을 수 있는데 그것은 처우가 제대로 안되어있고 수가가 낮기 때문이다. 새로운 의사 양성이 답이 아니다.”
10년전에도 똑같았다. 정부는 “군대에 의사가 부족하다.”라고 주장했고 의사단체는 “의사는 충분하다. 군대에서 오래 근무할 처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국방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은 실패했고 군대의 의료수준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시골에 의사가 부족한가? '부족하다'가 답이다. 대도시에 비하면 확실히 부족하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지역의사 양성 방안을 살펴보면 정말 시골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의사가 양성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공공의대 신설과 기존 의대에 지역의사 별도 정원 증원으로 지역의사를 양성하고 지역수가 가산, 특수분야 인건비 지원 등 인센티브를 만들겠다는 정책을 제시했지만 이것만으로 과연 시골에서 지속적으로 근무할 의사인력이 양성될 것 같지는 않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발표에 의하면 지역의사는 ‘의사수 부족지역’에 근무하게 될 의사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정의부터가 잘못되었다고 본다. 지역의사는 지역사회의 건강문제와 의료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기 위해 행정에 대한 전문성을 동시에 가진 의사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를 위한 교육이 전문적으로 주어져야 하고 의과대학을 마치고도 의료취약지의 진료는 물론이고 의료행정에 평생 종사하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
기존 의과대학 교육을 마친 의사가 임상진료에 특화되어 있다면 지역의사로서의 양성교육과 지역의료 현장경험을 가진 지역의사는 지역의료에 특화된 의사로 양성되어야 한다. 시골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월급과 처우가 모자라서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환자를 드물게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세부 진료과 전문성이 낮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내가 하는 진료가 환자에게 정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혹시 잘못되어서 의료사고나 나지 않을까하고 우려할 수 있다. 따라서 의학교육도 더 일반진료 경험이 풍부하게 제공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또 대도시 병원과 연계되어 진료자문 및 환자 후송 체계가 충분히 작동되어야 한다.
자녀가 청소년기가 되면 대도시로 갔다가 장성하면 다시 시골로 되돌아오고자 하는 의사도 있는데 이러한 순환근무 체계도 구축되어야 한다. 이처럼 지역의료가 해결되려면 실제 임상진료 외에도 의료행정이 발달해야 한다. 이런 역할을 평생 수행할 지역의사가 지금 한국사회에는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발표에는 이런 내용이 빠져 있다.
이번 코로나19 범유행으로 한국사회는 어느때보다 공공의료의 부족을 실감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단순히 역학조사관이나 공공병원의 부족만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왜 평소에 역학조사관과 공공병원을 양성해놓지 못했는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진정한 공공의료는 한국사회의 의료제도를 공공적으로 검토하고 전략을 수립하며 실행하는 공공보건의료행정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
기존 의과대학에서 임상진료 위주 교육으로 앞서 언급한 공공보건의료 행정에 관한 교육이 체계적으로 주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공공의대는 필요하다. 이를 통해 양성된 사람들은 국방부, 법무부, 지역의료 등 공공분야에서 의료행정가로 평생 근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들이 민간의료기관과 협력 연계도 포함하여 민간의료의 공공성을 활성화하고 제대로 보상할 수 있는 기전을 만들어 한국사회 전체적인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끌고 나가야 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사회는 공공의료 확대라는 커다란 숙제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공공의대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동의받아야 한다. 지금 국민들은 누구 편을 들고 싶은 것이 아니고 제대로 공공의료가 강화되는 것을 바란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보건복지부에 보건의료인력 양성을 전담할 부서를 신설하고 관련 연구기관도 만들어서 통계부터 전략까지 제대로 기획하고 국민들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