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주주이익

김화진 기자
2020.12.08 01:31

“회사는 적자를 내더라도 굴러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회사가 굴러간다는 것은 고용이 유지돼 임금이 지급됐고 협력업체 결제가 이루어졌고 종업원들이 세금을 냈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익이 나지는 않아 주가는 낮고 배당을 못한다. 즉 사회적 책임은 이행했지만 주주가치는 창출하지 못한 것이다. 거꾸로 보면 회사가 이익을 낸다면 단순히 주주들에게만 좋은 일은 아니다. 이익은 사회적 기여가 끝난 다음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법인세가 추가된다. 1970년 밀턴 프리드먼이 뉴욕타임스에 발표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이다’란 평론은 구글에 따르면 지금까지 약 2만편의 학술논문에 인용됐다.

 

몇 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자산운용사들까지 그에 동의하기에 이르러 이제 경영자들은 주주 외에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배려하는 경영을 요구받는다. 2018년 초 블랙록이 전기를 마련했고 2019년에 미국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의 단체가 그에 호응했다. 그러나 일련의 학술연구에 따르면 기업 경영자들은 여전히 주주이익을 중시한다. 사회적 가치 창출에는 노력하되 장기적인 주주가치 창출의 방법론으로만 여긴다. 결국 두 이념은 상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사의 목적에 관한 이념이 변화하면 회사 이사회와 경영진의 의무와 책임 내용이 달라진다. 우리 상법은 이에 대해 분명하지 않아 기업들에 맡겨져 있다. 이스라엘 라지너 로스쿨 리히트 교수가 최근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30개국의 법령과 판례에 비추어 볼 때 그중 22개국이 주주이익 중시 성향을 보였다. 미국이 가장 두드러졌고 미국의 스코어를 10으로 잡을 때 영국, 스페인, 홍콩, 덴마크, 호주가 9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8로 상당히 높다. 일본과 대만도 같다. 가장 이해관계자 이익 중시 경향을 보인 나라는 아르헨티나다.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가 그 뒤를 따른다.

 

회사의 목적은 회사 존재와 운영의 근본이다. 학술적 논의와 다양한 입법 태도가 보여주듯 한 나라의 지배적 가치관과 문화에 좌우된다. 정치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념적 방향성은 사실 기업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사회적 책임 때문에 시가총액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이익에 무관심한 기업은 없다. 그러나 기업이념은 기업 관련 제도를 만들고 관리하는 정치권이 기업을 대하는 태도를 결정한다. 사법부가 기업 경영자들을 대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기업이념은 지배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바로 그 때문에 경영자들이 실제로는 주주이익을 중시하면서도 사회적 책임경영을 표방하는지도 모른다.

 

회사가 어려울 때 고용과 임금을 줄이지 않으면 이익이 줄어든다. 주주와 종업원 이익이 충돌한다. 고용유지와 창출은 사회적 가치다. 그래서 주주와 이해관계자 이익 논의는 실제로는 기업지배구조에서 종업원들이 차지하는 위치를 재설정하자는 논의다. 노동이사제와 노조추천 사외이사를 생각해보면 된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이익이 줄거나 적자가 발생해서 고용 기반 자체가 붕괴하는 상황이 왔는데도 종업원들의 정치적 파워로 정부가 공적자금을 지원하게 되면 다른 사회적 가치가 파괴되는 모순이 생긴다.

 

끝으로 이 문제는 개별 기업 차원에 맡겨야 한다는 ‘행동’기준론이 있고 법률로 해결해야 한다는 ‘제도’기준론이 있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정치적 이해관계를 기업의 성패와 지나치게 결부하는 혼란을 발생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