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의대생 국시 추가 시행해야

김화진 기자
2020.12.13 18:10

지난 8월에 내년 초 졸업반인 본과 4학년 의대생들이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을 포함한 정부 정책에 대한 반발로 국시 응시를 거부하는 단체행동을 했다. 정부가 시험을 연기하고 신청도 재접수했는데 다수가 결국 응시하지 않았다. 응시 대상자 3172명 중 87%인 2749명이 실기시험을 보지 않아 내년 3월 전국 주요 병원에 공급되는 전공의(인턴) 인력은 400명에 그칠 것이라고 한다. 진료 측면에서 전공의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는다. 의료현장에 큰 공백이 예상된다.

필자 주위에 의사들이 많다. 한 사람 한 사람 명의들이고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분들도 있다. 성품도 그만이고 자기관리 철저하고 직업윤리가 확고하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룹으로서의 사회적 파워가 별로없는 사람들이 바로 의사들이다.

필자를 포함 우리 인간들은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조심해서 잘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편하게 대하는데 나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가장 적은 사람들이 의사들이다. 의사들의 치명적인 사회적 약점은 환자에게는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에게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일부 환자와 가족들의 행패와 의사, 간호사들이 당하는 수모에 관한 온갖 일화들이 있다. 이 때문에 의사들은 개인적, 집단적 이익이 좌우되는 문제에서 힘이 약하고 지원군도 별로 없다. 사실 나와 가족이 병이 나지 않는 한 세상에서 가장 관련 없는 사람이 의사다. 세계 최고의 의료복지를 누리면서도 의료계 문제에는 별 관심들이 없다. 의료를 공공재로 생각해서이기도 하다.

의대생 국시 거부 사태도 이 연장선에서 이해하면 된다. 지금 학생들이 시험을 거부한 이유를 기억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그냥 또 밥그릇 챙기기 과정에서 사달이 나서 극한 투쟁을 했고 그 때문에 시험거부를 했거니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 의대 학장들이 동분서주했을뿐이다.

이제 다시 코로나 비상사태다. 이탈리아는 코로나 초기에 의대 졸업반을 의사 자격시험도 없이 긴급 투입했다. 반대로 우리는 이번에 졸업하고 의사가 되었어야 할 약 3천 명의 공백을 맞게 된다. 다른 국가시험과의 형평과 행정적 어려움으로 의대생들을 ‘구제’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비상사태를 명분으로 이제 방법을 더 찾아야 할 것이다.

필자가 듣기로는 학생들은 의외로 국시에 연연하지 않고 있다. 군의관 아닌 사병으로 군입대를 준비하고 있고 군필자나 여학생들은 나름 진로를 담담하게 준비하면서 자신들의 생각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 공부와 잇속만 챙긴다는 수재 이미지와는 다르다. 오히려 아쉬운 쪽은 정부와 국민들이어야 할 상황이다.

코로나를 계기로 또 한가지 깨닫는 것이 있다. 의료와 바이오산업 육성의 중요성이다. 통상 몇 년이 걸리는 백신을 1년 남짓한 시간 내에 개발해서 검증하고 출시까지하는 서구의 생명과학 관련 역량과 행정력이다. 디지털 기기, 반도체, 자동차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료산업과 생명과학에 좀 더 투자해야 한다. 하버드의대 병원인 매스제너럴(MGH) 한 곳이 작년 한 해 집행한 연구비만 우리 돈으로 1조2천억 원이 넘는다. 그러니 한 병원에서 13인의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는 것이다.

우리 의료인들과 병원의 수준도 만만치 않다. 뉴스위크가 선정한 2020년 글로벌 100대 병원에 한국 병원 7개가 포함되었다. 미국 18개, 독일 10개다. 즉, 한국 의료 수준은 글로벌 3위다. 지속적으로 인재양성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한 해 의료인력 배출 공백은 코로나 제압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도 큰 타격을 가져올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꼭 해법을 찾아내 주기 바란다. 끝으로 코로나 전선에서 유명을 달리한 전 세계 2만 명 의료인들의 희생에 특별히 감사하며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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