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투자 열풍의 재구성

이상진 전 신영자산운용 대표
2021.07.21 04:05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전 대표

온 나라가 투자열공 중이다. 아파트 청약이든 주식 공모든 '돈(money)산돈해'를 이룬다. 서점에는 관련 책자가 서가를 채우고 유튜브에는 수백 개 투자채널이 성업 중이다. 이제는 투자 가이드가 하나의 산업이 됐다. 우스개로 19세기 골드러시처럼 광부에게 곡괭이와 블루진을 파는 장사꾼만 돈을 번다는 말도 들린다. 그런데 최근 투자열풍은 예전에 비해 성격과 규모가 완전 다르다. 과거 투자 열기가 일시적, 일부 투자자에게 한정된 것이었다면 이번은 전국구(?)고 단기에 끝날 것 같지도 않다.

당연히 염려의 목소리도 높다. 첫째, 사이클 측면에서 상투 논란이다. 부동산부터 주식까지 폭락 직전이라는 비관론이 만만찮다. 자산가격이 내재가치 대비 지나치게 올랐고, 경기회복에 따른 금리인상으로 조만간 큰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소위 상투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도 보인다. 요즘 남녀노소 입만 열면 부동산이나 주식이나 코인이다. 미국에는 동네 파티에서 주부들이 집값 얘기를 하고 구두닦이 소년이 주식을 샀다면 끝물이란 격언이 있다. 둘째, 사람들이 너무 투기적인 거래에 매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젊은이들이 대박을 좇아 소위 '영끌' 투자를 하고 퇴직자가 평생저축을 날리는 등 사회적 갈등과 상대적 박탈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설득력 있다. 그러나 아직 상승장의 한가운데라는 주장도 많다. 부동산의 경우 결정적으로 수급개선이 요원하고 주식은 배당수익이나 영업이익률을 고려하면 여전히 금리 대비 절대적으로 저평가 국면이다. 게다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엄청나게 풀린 유동성, 여기에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천문학적으로 공급된 통화량을 계산하면 '자산가격의 인플레이션'이 어디까지 갈지 예단하기 힘들다. 그리고 자산시장이 폭락할 때 '과감한 투자=성공' 등식 효과로 '기다리는' 버블 붕괴는 오히려 없다는 말도 있다. 1996년 미국 연방의장 앨런 그린스펀은 다우존스지수가 6000선을 돌파했을 때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다우 3만5000선인 지금 그의 생각이 궁금하다. 그리고 논란이 된 위험하고 투기적인 거래는 자산시장의 속성이다. 때로는 투기가 있어야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되고 흥행도 된다. 사실 투기는 투자의 영원한 동행자다.

또 그렇게 걱정할 일도 아니다. 스마트폰과 초고속인터넷으로 연결된 요즘 투자자들은 10~20년 전과는 클래스가 다른 투자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1% 이자로는 노후보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온 국민이 자력갱생 총력전(?)을 펴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국민들은 마이너스 금리에도 우체국 예금만 하는 '갈라파고스 일본'과 달리 '21세기형' 투자자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투자열풍은 고령화, 저금리 환경에서 지극히 논리적인 선택이다. 즉 가계자산의 80%를 차지하는 지나치게 많은 부동산을 금융자산으로, 저수익 자산을 고수익 투자자산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선진국형 자산배분이다. 역시 다이내믹 코리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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