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바이오의 기대감과 양자역학

김재준 미래에셋벤처투자 상무
2021.08.18 02:03
김재준 미래에셋벤처투자 상무 /사진==

양자역학이라니 시작부터 어렵다. 물리학이라는 단어 자체도 어려운데 양자역학이라니 다른 세상의 단어 같기도 하고 우리는 대부분 살면서 사용해본 적조차 없는 단어일 수도 있겠다. 현대 물리학의 기본 이론임에도 불구하고 생명공학 분야를 전공한 필자로서도 생경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바이오테크 분야에서도 기존의 의학, 생물학, 화학의 전공을 넘어 과거에는 별개의 학문처럼 보였던 분야들이 기존 지식으로는 해결이 어려웠던 부분을 상호 보완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학문의 개념 정도는 알고 있어도 손해 볼 일은 없다.

코펜하겐 해석을 통해 막스보른과 아인슈타인의 치열한 공방을 벌인 것은 워낙 유명한 일이다. 미시세계는 현재를 정확히 알아도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없고 확률만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며 모든 물리량은 관측 가능할 때에만 의미를 갖는다는 주장이 코펜하겐 학파의 해석인데 아인슈타인으로 대표되는 고전역학파는 무엇이든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대립한 것이다.

우리가 바이오산업과 회사들에 투자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기대감에 따른 것이라는 이유도 부인할 수 없다. 바이오산업 자체는 물리학에서 표현하는 미시세계의 영역과는 다른 것처럼 보인다. 미시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에서는 측정을 하는 순간 대상이 확정되고 존재한다는 것인데 단순히 해석을 해보자면 바이오기업들이 개발하고자 하는 치료제이건 질환의 진단기술이건 최종 결과물이 없는 상태에서는 물리학적으로는 아직 관측되지 않은 영역이라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오 영역은 기본적으로 분자 수준에서의 연구와 과정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개발 과정에서의 여러 가지 수치화한 데이터들을 중간중간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 다만 아직 성공하고자 하는 과정에 있을 뿐이라 아직 의미를 갖는 물리량을 관측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이 전문적인 투자 영역에서는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고 그러한 투자의 결과에 따라 미래에 의미 있는 결과물을 볼 수 있는 과정에 있다는 점에서 꼭 관찰의 결과물만이 투자를 결정하는 이유가 아니라는 점을 말해주기도 한다.

바이오테크 기업들은 연구·개발에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으며 다년간의 임상을 통해 성공적인 산물을 보여줄 때 비로소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 맞다. 냉정하게 말해 결과로만 평가받으면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창업한 직후나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시간과 노력만이 있는 상태에서는 결과물, 즉 우리가 성공한 신약이나 키트 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평가받으면 안 된다는 것인가. 투자자들은 초기나 중간 연구자료들을 바탕으로 성공 가능성에 대한 확률을 추정하고 그런 추정을 가능하게 하는 바탕에는 이론과 방법론 그리고 이를 실현 가능하게 하는 경영진과 연구진의 역량에 대한 평가가 수반된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의 투자를 위한 그러한 평가는 현재를 비교적 정확히 알고자 함이고 그럼 평가를 기본으로 해서 미래의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업과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확률로만 제시할 수 있다는 양자역학과도 비슷하게 현재의 과정들을 분석해 앞으로 관측이 가능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이 있는 기업을 선정하고 투자하는 것은 벤처캐피탈리스트가 하는 일이다. 그러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으나 여러분들이 바이오기업의 주식을 거래하는 데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편하게 우리는 그것을 기대감이라고 표현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도 시장에 기대감을 주기까지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며 이유 없는 기대감은 제시해서도 안 되고 우리는 근거 없는 기대감은 버려야 한다. 근거 없이 확률도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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