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10월, 제12기 3중전회에서 덩샤오핑은 "효율이 공평에 우선한다"고 말했다. 분배를 하더라도 국가적 부(富)부터 우선 쌓자는 '선부론(先富論)'의 요체다. 이후 중국은 동부 연안지역과 제조업 중심 성장에 몰입했다.
지역간, 계층간, 도농간 발전 속도와 소득격차 확대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가계보다는 정부와 기업으로 성장 과실이 몰렸다. 기업에 산업용 토지와 에너지를 싸게 제공하고 임금상승은 억제했다. 국유기업들에 돈이 쌓이고 쌓였다.
조력자로서 금융은 제역할을 다했다. 예대금리 규제로 가계로부터 헐값에 자금을 조달(예·적금)하고 싼값에 기업에 돈을 뿌렸다. 국유기업들은 독과점적 지위를 깔고 앉아 떵떵거렸다. 이들에게 지대추구는 일상이었다. 시골 청년들이 그나마 돈 좀 벌겠다고 도시로 오려 해도 길목이 막혔다. 농민의 도시 이동을 후코우(戶口)라는 '합법적' 수단으로 차단했다. 그래도 인민들은 별 불만이 없었다. 적어도 마오쩌둥 시대보다는 나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근 40여년만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다 같이 잘살자는 '공동부유론'을 들고 나왔다. 부익부빈익빈 고리를 끊겠다는 게 핵심이다. 어쩌면 G2 시대 중국의 계층간 혁명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사실 시 주석의 공동부유론이 새 것은 아니다. 덩샤오핑의 설계도에 있던 내용이다. 그는 선부론이 실현되면 중산층이 두터워지는 샤오캉(小康) 시기를 맞게 되고 동부가 서부 발전을 도와야 한다는 '공부론(共富論)'을 함께 제시했었다. 덩샤오핑과 분리하더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장쩌민의 동서부 격차 해소를 위한 '서부대개발', 후진타오의 도농간 공생을 위한 '3농(농촌·농업·농민) 정책'의 연장선이라고 보는 게 맞다.
그럼에도 이번에 시 주석이 던진 아젠다는 과거와는 확실히 다르다. 덩샤오핑 이후 분배 방식이 과거 지도자들보다 급진적이다. 공동부유는 모두 3단계에 걸치는 데 2단계와 3단계가 눈에 띈다. 특정인이나 기업에 돈이 편중되는 걸 막는(2단계) 것도 모자라 기부(3단계)를 목표로 세웠다. 중국 공산당이 정책 목표로 세운 이상 기부는 우리가 아는 그것이 아니다. 텐센트가 공동부유 언급 다음날 9조원을 기부한 건 이런 맥락이다.
공동부유는 내년 가을 공산당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의 예고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시 주석의 또 다른 국가 운영 목표인 쌍순환 경제(수출과 내수의 고른 성장)를 실현할 중장기 수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당연히 '시진핑 3기' 시대를 기정화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 중국의 매서운 보복이 언제, 어떤 이유로 재연될지 모른다. 시 주석 시대의 연장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더 강도 높은 팽창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우리 무역항로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위기만 있는 건 아니다. 중국의 내수경제 확대는 한국 기업들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중국 정부를 상대로 한 외교력이 과거보다 더 요구될 것이다. 현재 권력, 미래 권력 모두의 어깨에 짐이 결코 가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