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3840배 향기…150배 단맛…숫자의 마법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2021.08.27 03:40
김인권 칼럼리스트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와 식당 운영시간 제한 등으로 사상 최악의 불경기를 겪는 최근 초고가의 소주와 참치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어서 화제다.

한 병에 무려 5만9000원이나 하는 이 소주는 국산쌀과 암반수로 만든 최고급 증류소주인데 재벌그룹 부회장과 유명 배우 셀럽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면서 지금은 한 병도 보기 힘들다고 한다. 또한 수산 대기업이 참다랑어의 뱃살, 등살, 속살 등 총 2㎏ 중량으로 구성된 참치세트를 100만원에 출시했는데 하루 만에 완판(완전판매)됐다는 깜짝 뉴스도 등장했다. 이 전문기업들의 축적된 노하우와 노력들이 얻어낸 고부가가치가 이런 최악의 불황에도 제대로 인정받으면서 새로운 시장을 형성했다는 측면에서 보면 고무적 현상이다.

이와는 매우 다른 결이지만 기존 동종식품들보다 가격을 올려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전문기업이 일본에서 급부상하고 있어 많은 관심을 끈다.

전문 요리사, 식품 마케터, 과학자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 '도트사이언스'(Dot Science)라는 회사가 그 주인공. 이 회사는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품 주체로부터 의뢰를 받아 '맛'과 관련한 요소를 모두 수치화, 계량화하는 분석작업을 통해 리포트를 만드는 서비스를 기본으로 한다. 그리고 리포트 결과를 토대로 제품의 홍보와 마케팅을 지원하며 판매처 개발도 알선하고 궁극적으로는 공급가격을 인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회사는 올 초 가나가와현에서 식용장미를 생산 중인 '요코다원예농장'으로부터 성분분석에 대한 의뢰를 받고 서비스를 진행했다.

이 농장은 2009년부터 식용장미 생산을 시작했는데 농약, 비료, 제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재배방식을 채택하고 좋은 향기를 내기 위해 진딧물 관리, 다양한 해충을 포식하는 거미의 활용, 토양 미생물이나 박테리아의 활성을 촉진하는 등 생태계의 균형을 최대한 이용하는 노하우를 기본으로 최대한 장미 고유의 향기를 확보하는 데 피와 땀을 쏟아부었으나 시장에서는 일반 식용장미와의 가격차별을 인정받지 못해 답답했기에 이 도트사이언스에 SOS를 친 것이다.

이 회사는 우선 이 분석 프로젝트의 콘셉트를 '향기를 먹는다'로 정의하고 향기에만 주목한 분석작업에 돌입했는데 전국 식용장미의 90%를 장악하는 도요온실협동조합이 생산하는 '베루로즈'와 향기의 품질을 비교하는 작업을 한 결과 놀랄 만한 수치를 얻게 된다.

요코타정원에서 자란 장미의 향기 성분 함량 수치가 769.71㎍(마이크로그램)이 나온 데 반해 베루로즈의 결과는 0.20㎍에 그쳐 요코타정원의 장미가 일반유통 관행 농법의 식용장미보다 약 3840배 향기롭다는 파격적인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이 리포트는 즉시 보도자료로 작성돼 언론에 노출됨과 동시에 마케팅팀이 동원돼 새로운 판매처를 개발했는데 이 결과 기존 한 송이에 20엔에 머무르던 가격을 35배인 700엔까지 인정받는 눈부신 성과를 얻게 됐다. 주로 미슐랭 인증 식당이 구입하는데 식당들도 이 향기로운 장미를 주인공으로 하는 고가의 신메뉴들을 개발해 또 다른 부가가치를 내고 있다고 한다.

이밖에도 150배 단맛을 보유한 버섯, 맛은 2배지만 비린내는 2분의1인 건어물, 대기업 떡보다 4배 부드럽고 달라붙는 점도는 2분의1인 떡 등 다양한 수치를 도출해나가면서 의뢰가 급증하고 있다.

생산자의 노력이 가격에 반영되기 힘들었고 오히려 싸게 대량으로 만드는 기술을 보유한 대형기업이 독식을 하던 식자재 시장을 전문가집단과의 매칭작업을 통해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게 해주고 지속경영을 도와주는 매우 이상적인 '푸드테크'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국내에도 최근 재래시장의 식자재업체들과 식당들을 앱(애플리케이션)으로 연결해주며 다양한 컨설팅까지 지원해주는 착한 '푸드테크'기업이 부상한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온다. 이를 계기로 우리 고유의 신토불이 노하우도 더욱 빛을 내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