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지난해 출생통계를 확정했다. 지난해 출생아수는 27만2337명. 약 55만명이었던 2001년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초저출산이라는 말도 이젠 새삼스럽지 않다. 장기간 이어진 초저출산 기조를 봤을 때 교육, 병역, 산업, 연금 등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구지진(Age quake)이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인구구조의 변화를 지진에 빗댄 표현이다. 한창 인구절벽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는데, 이젠 인구지진이 더 와닿는다. 표현만 달라졌을 뿐 인식은 다르지 않다. 절벽에서 떨어지든, 지진이 발생하든 재앙과 연결된다.
재앙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정부가 저출산대책을 내놓기 시작한 게 2005년이다. 2000년대 초반 급격한 저출산 기조가 위기감을 높였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했고, 이후 5년 단위의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은 지금까지 4차례 나왔다. 하지만 결과만 두고 봤을 저출산대책은 실패했다.
저출산대책은 일관성이 없었다.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진단이 엇갈렸다. 초기에는 보육 지원에 집중했다.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 출산을 꺼린다고 봤다. 10여년의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효과는 없었다. 진단이 틀렸거나, 처방이 잘못됐거나, 뭔가 잘못됐다. 진단과 처방이 모두 잘못됐을 수도 있다.
이후 저출산대책은 방향을 틀었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며 청년일자리와 주거대책을 쏟아냈다.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올해 저출산·예산 46조7000억원 중 청년 지원 예산만 61%에 이른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 그대로다.
최근 새로운 시각이 등장했다. 감사원은 최근 발표한 감사보고서에서 저출산대책과 수도권 집중 문제를 연계했다. 결론은 간단하다. 청년들은 교육과 일자리를 위해 수도권, 특히 서울로 몰린다. 서울에서의 치열한 경쟁은 청년들을 비혼과 만혼으로 이끌기 때문에 이 고리를 균형발전 차원에서 짚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지방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지방소멸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지방의 위험은 고령화와 맞물린다. 지방의 합계출산율은 오히려 전국 평균보다 높다. 그럼에도 지방의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출산장려금을 경쟁적으로 도입한다. 진단과 처방이 엇박자일 수밖에 없다.
감사원의 보고서를 보면서 지금까지 왜 이런 진단이 나오지 않았을까 의아할 정도로 깊은 고민의 흔적이 느껴진다. 감사원은 정부의 어떤 인구정책 보고서보다 풍부한 통계와 다양한 연구결과를 담았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각 부처의 자료를 취합했고, 설문조사와 연구용역도 거쳤다.
인구정책을 담당하는 부처들의 반성도 필요해보인다. 진단보다 처방에만 급급했던 것은 아닐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부처를 총괄할 힘이 없고, 힘을 가진 기획재정부 중심의 범정부 인구TF(태스크포스)는 현안이 산적해 긴 호흡의 진단이 힘들었을 것이다.
진앙지를 찾지 못하면서 지진 대책만 쏟아내는 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그러니 과거에 탬플스테이 예산을 저출산 예산에 포함하는 등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졌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적정인구가 얼마인지, 초저출산 기조에 맞는 대응도 고민해야 한다. 숙제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