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머지사태로 본 오픈마켓, 단순 중개자일 뿐?

김은령 기자
2021.09.03 03:25

서비스를 돌연 중단하며 구매자들을 불안에 빠뜨린 머지포인트 판매의 대부분은 티몬, 위메프, 지마켓, 옥션, 11번가 등 오픈마켓에서 이뤄졌다. 지난 4~5년간 20%에 달하는 할인율과 수만 곳의 가맹점(이용처)를 내세워 머지포인트 판매에 열 올렸던 오픈마켓들은 문제가 불거지자 '단순 거래중개자'라며 발을 뺐다.

머지포인트 사태뿐 아니라 오픈마켓은 그동안 거래 관계에서 일어나는 분쟁이나 문제 등에서 비슷한 입장을 취해 왔다. 짝퉁 판매 등 저작권 위반이나 결제, 배송 지역, 환불 등에 대한 분쟁 문제 등에서 책임을 지지 않아 왔다. 원칙적으로 제품에 대한 책임은 판매자에게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오픈마켓을 포함한 e커머스 업체들의 책임이나 의무를 재정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업체들의 규모도 크게 성장했고 소비자들의 의사결정이나 구매 과정에서의 e커머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어서다.

온라인 쇼핑 특성상 중소 판매자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상황에서 판매자보다는 e커머스업체에 대한 신뢰도로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또 로켓와우(쿠팡), 네이버플러스멤버십(네이버), 스마일클럽(이베이코리아) 등 유료 멤버십을 이용하며 비용을 지불하고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e커머스 업체를 선택해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판매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e커머스업체들은 판매자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나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 판매자에게 광고, 결제 시스템을 판매하고 더 나아가 판매 솔루션, 컨설팅 사업까지 진행한다. 단순 중개만 하는 게 아니라 사업 시작단계부터 광고 마케팅, 판매 관리, 결제, 배송, AS(애프터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계를 대행하며 개입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이 유통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정책적인 뒷받침은 느리기만 하다. 아직 e커머스, 오픈마켓, 온라인플랫폼, 전자상거래업체 등 사업의 정의와 구분도 명확한 기준 없이 통용되고 있고 직매입, 중개거래, 새벽배송, 퀵커머스까지 사업 구조와 모델이 다양해지면서 적절한 의무와 책임, 규제도 규정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오픈마켓을 포함한 e커머스 시장은 급격히 컸다. 전체 유통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다. 쿠팡은 올해부터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됐고 연간 거래액이 20조원을 넘는 업체들도 3곳이나 된다. 단순 중개자라고 언제까지 책임을 회피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다만 어느 선까지 e커머스가 개입을 하고 중재를 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와 공감이 필요하다. 최근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다양하게 제안되고 있다. 판매자, 소비자, 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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