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직원 놀라게 한 '가격표'…정말 일시적일까 [특파원칼럼]

뉴욕=임동욱 특파원
2021.10.12 04:41

"잠시만... 이게 지난주엔 8달러였는데 왜 11달러가 됐지?"

얼마 전 방문한 대형마트의 계산대에서 직원이 뭔가 이상하다면서 양해를 구했다. 장바구니에 담은 식료품의 가격을 다시 찍어보고는 고개를 젓는다. 그리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가격이 다 오르는 것 같네"

미국 생활에서 체감하는 물가 상승은 상당하다. 매일 지나는 길 옆 주유소에 붙은 휘발유 가격만 봐도 알 수 있다.

구인난도 심하다. 어디를 가든지 상점 앞에는 '직원 구함' 안내문이 붙어 있는 곳이 많다. 식당은 일손이 부족해 주인이 혼자 1인3역(서빙, 조리, 계산)을 하는 경우도 있다.

대기업이라고 상황은 다르지 않다. 현재 미국 현지에 대형 공장을 건설 중인 한국 대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생산 현장에서 일할 사람을 못 구해서 힘들다"고 토로했다.

구인난 속에서 임금은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 9월 한달 동안 미국 내 시간당 평균 임금은 0.6%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6% 상승한 것인데, 연간 상승률이 4%를 넘어서는 추세는 최근 3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최근 6개월 간 임금은 연평균 6% 인상됐다.

인건비 부담에 기업들은 가격을 올린다. 서비스 가격 인상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 동부지역의 한 대형 생수업체는 10월1일부터 배송료를 인상한다고 고객들에게 통보했다.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한 가격 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높아진 인건비 부담을 고객에게 전가한 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공급 부족에 허덕인다.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원자재나 부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음달 말 시작될 블랙프라이데이 준비를 묻는 질문에 한 기업 임원은 "지금 당장 팔 물건 재고도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임대료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근 발령을 받아 미국에 온 주재원들은 크게 높아진 임대료 부담 때문에 집 구하는데 애를 먹는다.

인플레이션이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와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인플레가 '일시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접하는 상황은 전혀 다르다.

미국 현지 주요 언론들도 인플레이션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본다. 한 소비재 제조업체 사장은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정장을 차려 입은 매우 똑똑한 사람들(연준)이 인플레가 일시적이라고 하는걸 볼 때마다 난 그저 웃음이 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진짜 문제는 경기 침체 속에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다. 월가 일각에선 미국 기업들이 3분기에도 강력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낙관하지만,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생산성 문제도 짚어봐야 할 것 같다. 평소보다 속도는 더 느려졌고, 상품 및 서비스의 품질은 오히려 낮아졌다. 소비자 효용 측면에서 마이너스(-)다. 과거 우리가 경험했던 것을 누리기 위해선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부디 이같은 우려가 기우이길 바란다.

. /사진=임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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