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개국에 약 3만3천 개 매장을 운영하는 스타벅스는 글로벌 1위 커피전문점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스타벅스에 도전하려는 토종 브랜드들이 있는데 '커피전쟁'으로 불린다. 미국에서는 던킨과 맥도널드, 중국에서는 루이싱커피(Luckin Coffee)가 도전자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음료는 차인데 중국인들이 많이 마시기 때문이다. 루이싱은 커피를 중국의 대표 음료로 바꾸겠다는 야심으로 2017년 10월 북경에서 스타트업으로 창업했다. 스타벅스처럼 큰 매장을 갖춘 것이 아니라 모바일앱으로 주문하고 작은 키오스크에서 픽업하거나 배달하는 모델이다. 2킬로미터 거리까지 배달한다.
루이싱은 할인쿠폰과 무료 커피를 활용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가격을 경쟁사들의 1/3 수준까지 낮추는데 성공했다. 전형적인 스타트업 경영전략으로 수익보다 성장을 우선했다. 수익의 3배를 마케팅에 투자했다.
창업 1년 후인 2018년 말 기준 점포 수가 2천 개로 늘어났고 기업가치는 20억 달러로 평가되었다. 2019년 5월 나스닥에 상장했다. 42억 달러 평가로 5억6천만 달러를 조달했다. 2020년 초 스타벅스의 4300개 보다 많은 4500개 점포 수가 중국에서 기록되었고 기업가치는 120억 달러로 올랐다. 중국인들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자 거의 동시에 회계부정 문제가 불거진다. 매출이 부풀려졌다는 의혹이다. 한 공매도회사가 익명으로 트위터에 89페이지짜리 보고서를 올렸다. 점포당 커피 판매 개수가 69%에서 88%까지 부풀려졌다고 한다. 루이싱은 처음에 부인하다가 결국 3억1천만 달러가 2019년도 가공매출이었다고 시인했다. 1만1200시간 분 매장 내 CCTV 기록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4월 들어 주가는 80% 폭락했고 회사는 6월에 나스닥에서 퇴출되었다. 많은 미국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다. 중국 정부의 조사도 시작되었다. 창업자는 축출되었고 새 경영진은 향후 강력한 내부통제시스템의 설치와 운영을 통해 컴플라이언스와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 와중에 스타벅스와 루이싱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전쟁의 대리전도 치루었다. 루이싱이 해외에서 중국기업들의 평판을 손상할 수 있다는 중국 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중국 소비자들이 대거 루이싱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루이싱이 파산할 것을 염려한 중국 고객들은 루이싱의 배달앱으로 몰려들었고 무료쿠폰 반납 운동도 벌였다. 덕분에 일시적으로 루이싱의 시장점유율이 상승했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는 루이싱 사건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시각이 있다. 미국시장에 상장되었다 해도 미국 정부가 해외 기업들에 대한 감독을 철저히 수행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특히 중국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모두 크게 작게 사기적 거래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2020년 5월 20일 미국 상원은 만장일치로 외국기업들의 부정에 대한 책임을 묻는 새 법률을 통과시켰다. 이 법률은 특히 미국에 상장된 외국기업들에게 외부감사를 경료한 재무제표를 제출하도록 하고 그에 따르지 않는 경우 거래소가 상장을 폐지할 수 있게 한다. 중국기업들이 우선적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