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메타경찰

신민영 기자
2022.02.25 02:01
신민영 변호사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갈등이나 범죄가 생기기 마련이긴 하다.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빨리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 바로 메타버스 내 성범죄 문제다. 닐슨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한 국내 메타버스 서비스 이용자의 비중은 7~12세 50.4%, 13~18세 20.6%로 아동·청소년이 전체 이용자 비중의 70%를 상회하고 성별로 보면 남성 23%, 여성 77%로 여성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한다. 유명 외국 메타버스 서비스의 경우도 7~12세 49.4%, 13~18세 12.9%로 아동·청소년 비중이 절반을 상회하며 남성 45%, 여성 55%라 한다. 메타버스 이용자의 상당수가 미성년자다 보니 최근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적 대상화 문제가 불거지고 대응방안에 대한 논의 역시 시작됐다.

따지고 보면 현실은 이미 메타버스화돼 있다. 당장 SNS 속 사진으로는 실제 모습을 알아볼 수 없는 사람이 천지 아닌가. 몇몇 유명 SNS 스타의 경우 SNS 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그 모습을 본 사람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진보정은 기본이 됐고 현실의 이미지와 SNS상 이미지의 간격은 이미 상당히 벌어졌다. 사람 간의 교류는 이미 오래전부터 온라인에서 비대면으로 진행됐고 원격으로 벌어지는 성범죄에 대한 판례이론이나 입법은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상당히 발달하긴 했다.

보통 강제추행은 허락 없이 다른 사람의 신체를 만졌을 때 성립하는 죄다. 하지만 강제추행이 원격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 모를 것이다.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 한 여성을 알게 된 사람이 여성을 협박, 성기에 볼펜을 삽입해 자위하게 하다 체포됐다. 이 사람은 해당 여성의 몸에 손을 댄 적도 없다며 억울해 했지만 대법원은 강제추행죄를 인정했다. 강제추행죄는 사람의 성적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죄이기 때문에 반드시 범인이 직접 범죄를 실행해야 하는 것이 아니며 피해자 스스로 행위를 하게 했어도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한 이상 강제추행죄가 인정된다는 이유였다.

사람이 아닌 메타버스 내 아바타를 대상으로 한 성적 행동도 처벌이 가능하긴 하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의 개념에 실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외양상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해 보이는 사람이나 그림이 등장하는 경우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는 어린이 모습의 캐릭터가 나오는 만화, 애니메이션 형태의 성착취물을 처벌하기 위한 고려였는데 해당 조항은 어린이 모습을 한 캐릭터를 상대로 한 성적 행동을 처벌하는 데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이미 상당부분 발달한 처벌규정에도 불구하고 메타버스 내 성범죄 행위가 우려스러운 것은 현실에서는 수사가 잘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해외에 기반을 둔 몇몇 SNS의 경우 그 안에서 범죄가 벌어져도 그 범죄자의 인적사항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수사가 중단되기 일쑤다. 당장 화면에서 범죄가 벌어지고 있어도 수사기관은 당장 나서 범죄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려 하거나 경고를 발하는 대신 "캡처해서 신고하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과연 현실에서 주먹다짐이 벌어졌어도 비슷하게 대응했을까.

메타버스 내 성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시급한 것은 처벌규정의 정비도 있겠지만, 국경을넘나드는 메타버스시대에 걸맞은 국제 수사공조와 가상공간에 맞는 경찰 직무범위 조정이 더 시급해 보인다. 가상세계에 걸맞은 가상경찰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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