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정치 공백기에 경제위기 넘기려면

김승욱 기자
2022.03.11 02:05
김승욱 중앙대 교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석 달 만에 2배 넘게 뛰고 3차 오일쇼크가 올 수 있다고도 한다. 국제 원자재가격지수는 올 들어 33.4% 올랐다. 곡물수출 1위국 러시아가 4위 수출국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식량수출이 제한되는데, 6개 식량수출국마저 식량수출을 금지했다.

OCED 38개국의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2%로 3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미국은 지난 1월 7.5%로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자 미 연준은 올해 금리를 7회까지, 그리고 빅스텝(0.5%)으로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러시아가 디폴트까지 선언하면 채무불이행 위기 소용돌이는 더 심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인플레이션에 경기침체가 동반되는 세계적 스태그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

한국은 에너지의 92.8%를 수입에 의존한다. 이는 1970년대 1, 2차 오일쇼크 당시(75%)보다 더 높다. 그 이유는 세계 7위 에너지소비국, 세계 5위 원유수입국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원유의 해외 의존도는 OECD 1위다. 연료비 급등과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전력은 올해 120조원의 영업적자를 낼 전망이다. 따라서 전기요금 인상 등 선거가 끝나면 줄줄이 공공요금이 오를 것이다. 우리 전체 곡물자급률은 25.5%에 불과하다.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하는 밀은 한 달 새 2배로 폭등했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유가 상승분이 반영되면 곧 4%로 오를 것이다. OECD 평균보다 낮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전세제도로 인해 주거비용이 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물가상승률이 저평가됐다.

미국 긴축정책에 따라 한국도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렸다. 더 올리면 최대 뇌관인 민간부채가 폭발할 수 있다. 한국의 가계부채비율은 37개 주요국 중 가장 높고 기업부채는 가계부채보다 많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비율이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인 15%나 된다. 지난 2년간 폐업한 점포만 60만개가 넘고 자영업자 부채가 887조원이 넘었다. 민간부채의 폭발은 경제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

달러 대비 원화환율이 크게 오르고 있다. 이는 수출에는 유리하지만 수입물가도 같이 오른다. 지난해 수입물가 상승률은 17.6%로 수출물가 상승률 14.3%보다 높았다. 최근 3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특히 지난 1월 이후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역대 최대규모로 늘고 있다. 이러한 요인으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경제는 위축되고 물가만 오르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가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1980년대 초 미국 로널드 레이건 정부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공급중시경제학으로 극복했다. 즉 구조조정, 생산성 제고를 위한 규제완화, 비용절감을 위한 임금억제 등을 통해 공급비용을 줄여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인기도 없고 느리지만 물가와 경기침체를 동시에 잡는 최고의 해법이다.

그런데 오는 5월 새 정부가 들어서기까지 당선인 신분으로는 인기 없는 정책을 펴기 어렵다. 게다가 6월 지방선거로 인해 새 정부가 경제에 전념하기 어렵다. 그 사이에 어떤 위기가 찾아올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정치 공백기에 국민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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