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총구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특파원 칼럼]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2022.04.18 05:15

상하이에서 2만명 넘는 코로나19 감염자가 매일 쏟아져 나온 게 지난 16일까지 열흘째다. 상하이시 코로나19 확산과 방역은 중국 체제에서 다소 이질적으로 전개됐다.

출발은 봉쇄 결정 과정이다. 상하이시 감염자가 100명 단위에서 1000명 단위로 확대된 건 지난달 24일(1582명)이었다. 그리고 하루만에 감염자 수는 2000명대(2269명)가 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상하이시는 감염자 주변을 최소 단위로 묶은 정밀 봉쇄로 대응했다. 즉각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왜 상하이만 도시 봉쇄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상하이시는 "상하이가 상하이만의 것이냐?"며 큰 소리를 쳤다. 도시 봉쇄로 경제가 망가지면 중국 경제 전체, 세계 경제가 휘청일 거라는 일종의 경고였다.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은 "상하이식 대응이 실패하면 최후에는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맞받아 쳤다.

버티던 상하이시는 지난달 28일을 기해 도시를 둘로 나눈 뒤 나흘 간격의 집단 봉쇄를 단행했다. 그 전까지 중앙 정부는 방역 당국의 입을 빌어 전면적인 봉쇄만이 유일한 답이라고 여러 차례 신호를 줬지만 상하이는 귀를 닫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상하이시 사태에 크게 화를 냈다는 소문도 돌았다.

상하이시 이전까지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 방역 원칙이 적용되지 않은 지역은 없었다. 마오쩌둥 이후 가장 강력한 1인 체제로 평가받는 시진핑 국가주석 치세에 경제 논리(상하이)가 정치 논리(베이징)에 대항했다는 건 중대한 사건이다. 결과적으로는 정치가 경제를 눌렀지만 이 과정을 중국인들은 똑똑히 지켜봤다.

더 놀라운 건 봉쇄 이후다. 웨이보와 위챗 등 소셜 미디어에서 식량난에 처한 상하이 시민들이 집 밖으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이는 장면이 잇따라 올라왔다. 당국은 즉시 대응해 동영상을 삭제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중국인들이 접한 뒤였다.

시진핑 주석의 측근 중의 측근으로 꼽히는 리창 상하이시 당서기가 주민들로부터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25명 중앙정치국원 중 한 명이며 가을 20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을 포함한 7명 상무위원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이 역시 상하이 아니면 보기 힘든 장면이다.

대대로 베이징에서 살아온 토박이인 중국인 지인은 말했다. 베이징런(人)과 상하이런은 앙숙이라고. 상하이는 금권(金權)이 다인줄 알고 베이징을 우습게 보는 반면 베이징은 돈은 진짜 권력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고. 상하이 시민들이 시위를 하는 걸 보고는 "그렇게 대담하게 행동할 줄은 몰랐다"고도 했다.

상하이에 대한 중국 전체의 경제적 의존도가 높아질 수록 상하이시의 자부심은 더 강해질 것이다. 이번 상하이시 방역 과정은 더 이상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라는 걸 말해준다. 상하이에선 아직도 매일 2만명 넘는 확진자가 쏟아진다. 이제부터 상하이 방역 과정과 중앙 정부 태도는 앞으로 중국 정치, 경제 권력 지형 변화의 가늠자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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