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영웅'의 나라다. 그만큼 '히어로(Hero)'이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된다.
TV를 켜니 몸이 편치 않은 한 노인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산책을 하고 있다. 미국의 군인으로서 수십 년간 헌신했던 그를 지역 주민들이 '영웅'으로 모시고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겼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국이 신음하고 있을 때 동네 곳곳에는 지역의 '영웅'들에 대한 감사와 지지를 나타내는 간판이 붙었다. 위험한 상황임에도 자신의 임무를 다하는 지역 의료진과 경찰, 소방대원들을 사람들은 '영웅'이라고 불렀다.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인들이지만, 영웅에 대한 생각은 대부분 비슷하다. 대소사를 떠나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에 대해선 그만큼 대우해줘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미국 군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는 '명예 훈장'(메달 오브 아너·Medal of Honor)이다. 적과의 전투에서 자신의 생명 위협을 무릅쓰고 자신의 의무적 직무 범위를 넘어서는 용맹을 보인 사람에게 주어진다. 150여년 동안 총 3511명(19명은 2회 수상)에게 수여됐고, 현재 생존하는 수상자는 66명이다.
명예훈장 수상자에 대한 대우는 각별하다. 법률이나 군 규정상 의무는 아니지만, 미군은 계급과 지위와 상관없이 명예훈장 수상자에게 먼저 거수경례를 하도록 하고 있다.(미 공군은 지침으로 의무화했다) 실제로 명예훈장을 받은 현역 사병은 4성 장군에게 경례를 받았다.
명예훈장 명부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매달 1366달러(약 170만원)의 연금을 받고 퇴직금은 10% 인상되며, 평생 의료 혜택을 받고 사후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퇴역 후에도 정치·상업·극단적 목적만 아닐 경우 자유롭게 군복을 입을 수 있고, 평상복에 훈장 착용도 가능하다. 가족과 함께 미 국방부 소속 비행기로 무료로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고, 자녀들은 각군 사관학교 입학이 보장된다. 가족에게는 특별한 신분증이 주어지며, 차량에는 '메달 오브 아너' 표식이 달린 특별한 번호판이 붙는다. 수상자는 모든 대통령 취임식과 취임 무도회에 초대된다.
'세계 최강' 미국의 힘은 다방면에서 영웅을 만들고 예우하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넷플릭스가 선보인 다큐멘터리 '리턴 투 스페이스'는 일론 머스크와 스페이스X의 우주 도전기를 다룬다. 여기에도 영웅은 등장한다. 목숨을 걸고 첫 유인 비행에 나서는 우주인들이 집을 떠날 때 동네 주민들은 길가에 나와 손을 흔든다.
최근 미국은 새로운 영웅에 주목한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리스트 브렛 스티븐스는 '왜 우리는 젤렌스키를 존경하는가'라는 칼럼을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용기 있는 한 사람이 다수를 만들어 낸다'는 명언을 증명했다"며 "자유와 민주를 위해 싸우는 그를 존경한다"고 썼다.
우리는 영웅에 인색하다. 400년 전 이순신 장군 이후 우리에게도 많은 영웅이 있었다. 정치·이념적 차이는 잠시 내려놓고 영웅을 찾아 제대로 예우해야 대한민국의 '차세대' 영웅이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