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여정부 말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가 본격 등장한다. 종합부동산세, 분양가 상한제 등 각종 대책과 세금으로도 집값을 잡지 못하자 꺼낸 카드다. 금융당국은 내켜하지 않았다.
그 전에도 청와대, 관계부처의 압박이 강했지만 대출 규제의 목적은 '부동산'이 아닌 금융의 '건전성'이란 이유로 버텼던 금융당국은 두 손을 든다.
'부동산 거품 붕괴 후 은행 부실과 시스템 전이 가능성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라고 스스로 합리화한다. 그러면서도 내심 원칙을 되뇌이며 자존심을 지킨다. "LTV·DTI 규제는 부동산 규제가 아니다".
하지만 처음이 어려울 뿐 한번 허물어진 저항선은 의미없다. 대출 규제가 집값 안정에 기여했다는, '근거없는' 성공의 경험까지 끼어들며 대출 규제의 목적이 달라진다.
부동산 정책의 중심은 공급, 세금이 아닌 대출 규제다. 실수요자건, 가수요자건 '부동산 정책의 핵심=LTV·DTI'로 안다. 그렇게 변질됐다. 잘못 끼워진 단추를 다시 맞추기 어려운 것처럼, "LTV·DTI는 부동산 규제가 됐다".
# 주식시장에도 '근거없는' 성공의 경험이 유령처럼 돈다. '공매도 금지' 유령이다. 공매도는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빌려서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값에 되사 차익을 내는 주식 매매 방식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기에도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을 때 가격을 조정하는 순기능을 갖는다. 반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때 주가 하락을 가속화시켜 불안정성을 키운다는 비판도 받는다.
성공의 경험은 2020년 3월 16일, 공매도 금지 이후 활황장에서 비롯된다. 팬더믹 쇼크로 시장이 패닉에 빠지자 금융당국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 6개월의 한시 조치였지만 한차례(6개월) 연장된 뒤 2021년 5월 부분 재개됐다.
동학 개미들은 성공의 경험으로 '코스피 3300'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최근 하락의 주범으로 공매도를 꼽는다. 기업의 실적, 펀더멘탈, 수급, 대외 변수 등은 주재료가 아니다. '기-승-전-공매도'다.
# 코스피 200종목의 6월 수익률을 보면 공매도 비중·거래대금과 상관없이 크게 하락했다.
공매도 비중 순위별 20개 구간으로 나누면 1~10위(-17.80%)와 101~101위(-17.29%)간 차이가 없다 11~20위(-11.99%)보다 191~200위(-13.64%)의 수익률이 나쁘다.
종목별로 봐도 공매도 비중 상위 1위인 넷마블(28.8%)의 수익률이 ?14.7%, 하위 1위인 GS건설(0.9%)의 수익률이 ?18.2%였다. 어닝쇼크 기업, 업황 부진 업종 등의 주가 하락률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코스피 3000선을 맛본 이들은 숫자를 모른 척 한다. 공매도 금지가 만든 거품 가능성은 외면한다.
기울어진 운동장' '외국인의 놀이터' 등 구호 속 금융당국과 정치권에 항의 민원 전화를 넣는다. 그 민원은 의외로 먹힌다. 특히 "필요시 공매도를 금지할 수 있다"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발언이 애타는 개미들의 희망을 키운다.
# 공매도가 신성불가침 영역은 아니다. 필요하면 당연히 금지할 수 있다. 다만 여러 시장 안정 조치 중 하나로 여기면 꼬인다.
'공매도 금지'는 비상 조치다. '시장 패닉' 때 사용될 수 있는 고강도 대책이다. 과거 사례를 봐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더믹 등 '패닉' 때 등장했다. 시장 문을 닫기 전, 최악을 막기 위한 마지막 카드인 셈이다.
헌데 비상 상황이 끝났는데도 비상조치를 거둬들이지 못하다보니 시장이 왜곡된다. '공매도 금지' 요구가 잇따르지만 사실 현재도 일부(코스피200?코스닥150)만 허용됐을 뿐 금지된 상태다. 전세계에서 유일하다.
대형주가 공매도의 주타깃이 되는 아이러니는 여기서 기인한다. 코스피 3000선에서도 전면 재개를 못했던 비겁한 금융당국은 2300선 앞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비상조치가 상시 조치로 변질되면서, "공매도는 시장 이슈가 아닌 정치 아젠다가 됐다". 단추를 풀지 않으면 다시 끼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