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교육부가 힘 내야 하는 이유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2022.08.31 02:03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부가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존폐논란이 있었지만 그것은 현상일 뿐 위기의 본질은 아니다. 국민 세금으로 학교를 짓고 교사를 국가공무원으로 임용하는 상황에서 전담부처를 없애긴 어렵다. 정부가 대학입시에서 손을 떼지 않는 한 담당부처는 필요하다. 위기의 본질은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교육부의 정책적 무기력이다. 국민들의 눈에 교육부는 민심과 사회변화에 둔감하고 교육적 소신을 펼치지 못하는 부처, 혁신을 주저하는 집단으로 비친다. 지난 8월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0% 남짓만 교육정책에 만족했다. 정책의 동력은 국민의 지지에서 나오는데 심각한 상황이다. 교육부 구성원의 심리적 위축과 무력감도 우려된다. 조직도 사람처럼 계속 야단만 맞으면 일할 의욕을 잃고 무기력해진다. 반개혁집단으로 찍힐수록 시킨 일을 기계적으로 처리할 뿐 혁신 마인드가 사라진다. 교육 어젠다를 선도하는 부처로서 존재감을 잃으면 부처 간판을 유지한들 무슨 의미가 있나. 행정을 압도하는 불합리한 정치환경과 연이은 수장의 낙마를 탓할 수 있다. 하지만 1948년 문교부로 시작한 이래 75년을 이어온 부처가 내세우기엔 민망한 변명이다.

경제는 당장 먹고사는 문제다. 반면 교육은 민생이자 미래 삶에 관한 것이다. 어느 집안이든 교육에서 희망을 찾는다. 오늘날 우리는 인구구조, 과학기술, 산업, 글로벌 정세 모두에서 과거와 전혀 다른 구조적 변화를 맞았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가 기댈 것은 오직 사람이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창의적 인재양성이 최고의 대응전략이다. 과학기술과 산업의 경쟁력이 중요하지만 이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이고 교육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교육부가 이러한 거시적 흐름을 직시하고 인재양성을 책임진 부처로서 책임감 있게 대응할 의지와 역량이 있느냐다.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를 세운 마윈 회장은 "책임감의 크기가 무대의 크기를 결정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미래세대와 사회에 대해 어떤 비전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나. 분명 관료 주도 시스템은 구시대 유물이다. 하지만 좋은 정책 없이 좋은 교육도 어렵다. 헌법과 법률은 교육부에 교육과 인재양성 정책을 총괄하라는 권한과 책임을 부여했다. '대리인'으로서 교육부가 살아나는 길은 '주인'인 주권자가 맡긴 권한을 더 책임감 있게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이다. 물론 전제는 관료와 부처의 이익이 아닌 공익과 교육발전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한다.

정책의 균형과 안정을 위해서도 교육부가 바로 서야 한다. 오늘날 교육계는 중병에 걸렸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분열과 갈등이 심하고 서로 혐오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백년대계라는 교육정책은 정권의 이념에 따라 널뛰기를 해왔다. 교육은 다른 무엇보다 안정성이 중요하다. 국민은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정책집단이 중심을 잡길 원한다. 반대로 교육부가 특정집단의 이익에 충실하고 교육적 가치나 공익(公益)을 망각하면 정책부처로서 설 자리는 없다.

정치는 본래 인기 영합적이다. 정책은 달라야 한다. '닥치고 공격'식의 조급함은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정책이 긴밀히 얽혀 있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는 교육 영역은 더 그렇다. 한건주의로 어느 하나만 손본다는 '핀셋처방'은 대부분 실패했다. 큰 틀의 비전과 로드맵을 가지고 국민과 소통하며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패키지 전략'이 필요하다. 정책의 역사성과 맥락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 정책판단은 수구적 태도와 보신주의로 물든 관료주의와 다르다.

교육부는 미래를 준비하고 개척하는 정책부처다. 부처의 생존을 위한 소극적 방어보다 나라의 미래를 그린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담대한 비전과 구상을 제시하며 진취적으로 대응해보라. 어느 사회든 교육은 희망이나 미래와 동의어다. 국민이 교육부에 더 힘을 내라고 주문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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