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일본정부, 실리콘밸리에 1000명의 창업가 파견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벤처창업학회장
2022.10.26 02:03
전성민 가천대 교수

지난 7월말 일본의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상은 구글 본사를 시찰한 후 기자회견을 통해 스타트업이 모이는 실리콘밸리와 인재교류를 대폭 확충한다고 발표했다. 창업가를 육성하기 위해 매년 200명 규모의 인재를 5년간 일본에서 파견하기로 했다. 일본은 왜 이런 결정을 하게 됐을까.

최근 일본의 엔화 가치가 갑자기 떨어지며 엔/달러 환율이 32년 만에 달러당 150엔을 돌파하게 됐다. 일본의 언론은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말을 쓰며 1990년대 이후 일본 경제가 전통적 산업구조를 벗어나지 못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는 글로벌 IT기업이 있지만 일본은 전통적인 제품을 만드는 산업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기업들의 매출액은 30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일본 정부는 7년 전부터 연간 20명 정도를 실리콘밸리에 파견해 현지 기업가나 투자자로부터 배우는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었다. 이번 1000명 파견 발표는 규모를 10배로 늘리겠다는 선언인 것이다. 일본 경제의 오랜 정체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 일본 정부는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즉 일본의 추격형 경제 성장이 끝에 가까워지고 혁신의 중요성이 인식됐으나 일본에는 실리콘밸리와 같은 혁신형 경제 시스템이 정착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일본의 싱크탱크인 국책연구소 일본종합연구개발기구(NIRA)의 보고서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특징으로 (1)고위험 벤처에 자금을 제공하는 금융시스템 (2)다양한 고급인재를 공급하는 유동적 인적 자본 시장 (3)혁신적인 아이디어, 제품, 비즈니스를 끊임없이 창출하는 산학협동 (4)기존 대기업과 소규모 스타트업이 함께 성장하는 산업조직 (5)창업가정신을 촉진하는 사회적 분위기 (6)스타트업의 설립과 성장을 지원하는 전문가 그룹 등을 들고 있다.

일본의 스타트업 투자는 벤처캐피탈보다 대기업이나 은행계 벤처캐피탈이 주류를 이뤘다. 또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일본 기술자들은 있지만 인적 자본의 유동성은 아직 낮다. 창업가의 수도 적고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연구·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스타트업과 협업이 이뤄지지 않는 편이다. 무엇보다 실리콘밸리에서 중요한 점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를 공유하고 있는 데 비해 일본에서는 실패는 조직 내에서 누군가 책임져야 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실리콘밸리 혁신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 1999년부터 5년간 매년 50여명을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 연수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또한 새너제이 지역에 글로벌 혁신센터(KIC)를 만들어 국내 IT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의 미국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의 주류 기업 및 벤처캐피탈과의 협업을 통한 혁신 추진은 여전히 쉽지 않다.

우리는 글로벌 스타트업 환경이 크게 변화하는 이 시점에 이번 일본 정부의 결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결정의 핵심은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을 구현할 창업자들을 많이 양성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와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 있다. 우리도 우리 경제의 혁신을 가속할 인재들을 양성하고 선진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실리콘밸리 네트워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팰로앨토의 주택을 임대해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장기간 일하면서 현지에 적응하게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백야드 밋업 파티(backyard meet-up party)를 통해 현지 사업자, 벤처캐피탈들과 네트워킹할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다. 실리콘밸리에는 1000명의 회원을 가진 K그룹 외에도 200~300명 정도의 한인 커뮤니티가 이미 있다. 디캠프,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등의 글로벌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민간단체와 협력해 진행하는 것도 효과를 더 극대화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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