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 편익 증진에도 일관성이 필요하다

이재은 기자
2022.10.26 04:06

"중견·중소기업에 기회를 주겠다는 차원에서 입국장 면세점을 만든 것입니다. 차라리 이럴 거면 처음부터 입국장 면세점 대신 입국장 인도장을 내지. 그동안 얼마나 노력했는데..."

정부가 '면세업계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출국 전 구매한 면세품을 입국할 때 찾을 수 있는 '입국장 인도장' 도입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한 중견·중소 면세점 관계자가 한 말이다. 관세청은 여행객 편의 증진을 위해 내년 4월부터 12월까지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입국장 내 인도장을 시범 운영한 뒤 인천국제공항 등 다른 공항·항만으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기존에 시내·인터넷에서 구매한 면세품은 출국장 인도장에서 찾아야 했는데 이 경우 해외에 머무는 기간 내내 면세품을 들고 다녀야 했다. 하지만 입국장 인도장이 생기면 해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할 때 면세품을 찾을 수 있게 돼 편리해진다.

여행객들은 입국장 인도장 도입을 환영한다. 앞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입국장 인도장 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이들이 76.1%를 차지했다. 중견·중소 면세점들도 중견·중소 면세점 업계의 경영 사정보다는 여행객 편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여론을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면세점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건 '정책의 일관성' 때문이다.

2019년 입국장 면세점 역시 국민 편의 증진 차원에서 이뤄졌다. 미처 구매하지 못한 물품을 해외여행이 끝나고 살 수 있게 해 국민의 불편을 덜고 해외소비 일부를 국내 소비로 전환하겠다는 의도였다. 상생 실현 차원에서 입국장 면세점은 중견·중소 면세점만이 운영할 수 있게 했다. 이 때문에 중견·중소 면세점들은 각 공항 점포에 수십억원을 투자해 시설 공사를 하고 인력도 충원했다.

하지만 오래 영업하지도 못하고 곧바로 입국장 인도장 논의가 시작됐다. 입국장 인도장이 영업을 시작하면 고객 대다수는 입국장 면세점을 찾는 대신 상품 구색은 물론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뛰어난 대기업 면세점의 상품을 구입할 것이 뻔하다. 입국장 면세점은 특허권을 반납할 처지가 된다. 여행객 편의 증진을 위한 조치기는 하지만 그 결과 중견·중소 면세점이 피해를 입고, 상생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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