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딸의 엄마 A씨는 2020년 8월 남편의 가정폭력 끝에 가출했다. 온라인 채팅으로 알게 된 B씨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B씨는 부산의 자기 집에 머물라고 했다. 그 후 2년 3개월, A씨는 무려 2410회에 걸쳐 성매매에 나선 걸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은인인 줄 알았던 B씨의 강요 때문이었다.
B씨는 생활비 등으로 A씨에게 숱한 스트레스를 줬다. A씨는 자신의 딸을 때리기 시작했다. 학대는 점점 심해졌고 딸은 지난해 12월 엄마에게 맞아 발작을 일으켰다. 이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숨졌다. 맞은 이유는 몰래 과자를 먹었다는 것이다.
인천에 사는 C씨는 2021년 5월 남편과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다. 그후 부부싸움이 잦아졌고 남편은 지난해 1월 집을 나갔다. C씨는 생후 8개월인 아들을 혼자 키워야 했다. C씨는 걸음마도 떼지못한 아들을 혼자 둔 채 집을 비우곤 했다. 그 시간만 1년 새 60차례, 총 544시간에 이른다.
C씨는 강원도 여행을 갔다 18시간 뒤에 돌아온 적도 있다. 크리스마스도 새해 첫날도 혼자 뒀던 아들은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지난 2월 숨졌다. 아이 옆에는 김으로 싼 밥 한 공기뿐, 다른 음식이나 물은 없었다. 법정에서 사실을 다툴 수 있겠으나 적어도 검찰은 그렇게 밝혔다.
기자라는 직업상 사건사고를 자주 접한다. 분명 세상은 좀 더 나아져야 할텐데 거꾸로 간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아동학대가 그렇다. 배우 김혜자의 책 제목으로 잘 알려진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문장은 원래 스페인 교육운동가 프란시스코 페레(1859~1909)의 소신이다. 페레가 결코 아이를 체벌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 게 100년이 넘었는데 아직 우리에겐 부끄러운 순간이 너무 많다.
단순히 "부모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개인의 도덕성을 탓하는 것으로 충분치 않다.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앞선 두 사례 모두 가정폭력과 불화가 배경에 있다. 양육 의무는 고스란히 엄마가 짊어졌다. 육아·복지 인프라는 사각지대가 여전하다. C씨의 경우 이사 후 전입신고를 하지않아 그 아들은 위기아동 관리대상서 빠졌다. 건강검진이나 병원에 데려간 기록도 없다.
계층과 소득이 낮을수록 이런 위험에는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 가정의 문제로 그치는 것도 아니다.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안 잔다고 베개로 얼굴을 눌러 사망케 한 사건도 본다. 이런 일을 막게끔 사회안전망이 촘촘하게 받쳐주고, 시설 등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당국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2021년 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191명이다. 2021년에만 40명이 사망했는데 그중 32.5%인 13명이 만 1세 미만일 정도로 영아의 희생이 컸다. 이 의원은 저연령 아동은 자기방어 능력이 없으므로 방임?학대 방지를 위해 정부의 적극 개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이 한 명 키우는 데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지만 저출생 추세에 그 '마을'마저 하나둘 소멸해간다. 이제는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나라가 나서야 한다"고 바꿔야 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