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백신, 일본을 앞섰다는 신기루[우보세]

안정준 기자
2023.04.06 04:3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최소한 백신 기술에서는 이제 한국이 일본을 앞선 것 아닐까요."

합성항원 방식으로 개발된 첫 국산 코로나19 백신이 허가된 지난해 바이오업계에서는 이 같은 반응이 나왔다. 우리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주요 백신을 발빠르게 위탁생산한데 이어 자체 백신까지 확보한 반면, 일본은 백신 개발조차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일본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미 오랫동안 일본의 감염병 연구분야 지출은 미국의 2%에도 못 미쳤고 중국과 영국, 독일에도 미치지 못했다. 2015년 유행한 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항할 백신 개발 프로젝트도 제대로된 지원을 받지 못해 좌초되기도 했다. 당시 이 프로젝트를 준비한 켄 이시이 일본 도쿄대 의대 교수는 우리가 첫 국산 백신을 내놓으며 "한국이 글로벌 백신 허브로 도약했다"고 환호하던 시점에 "일본은 백신 개발 속도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매우 느리다"고 한탄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를 두고 '백신의 잃어버린 20년'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약 1년이 지난 지금, 일본이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반 코로나19 백신 허가 문턱에 도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에스티팜과 아이진, 큐라티스 등 mRNA 백신을 개발중인 국내 기업들은 아직 임상 1상 단계다. 순식간에 mRNA 백신 개발 속도에서 엄청난 격차가 발생한 셈이다.

mRNA 기술은 현존하는 백신 기술의 '끝'으로 통한다. 바이러스 정보를 분석해 유전자의 설계도 격인 mRNA만 바꾸면 변이가 발생해도 그때마다 맞춤형 백신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다. mRNA 기술의 활용 범위는 단순히 코로나 백신에만 그치지 않는다. 독감백신과 대상포진 백신은 물론 환자 맞춤형 항암백신까지 확장성이 무궁무진하다. 이 때문에 우리에게도 mRNA 백신은 명실상부한 백신 강국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마지막 단추였다.

1년 사이 일본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절치부심한 일본은 지난해 백신 연구를 이끌 첨단연구개발전략센터를 출범하고 100일 안에 새로운 백신을 개발한다는 목표로 약 11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잃어버린 20년'을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따라잡기 시작한 셈이다. mRNA 백신 개발을 1년만에 끝낸 미국의 '초고속 작전'과 비슷하다. 미국이 코로나19 mRNA백신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비용은 약 41조원 수준이다.

반면 우리 정부가 2020~2022년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책정한 예산은 58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일본이 백신연구에 투입하기로 한 자금의 5% 수준이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규모 차이를 감안해도 정부 지원은 미미하다. 사실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지난 3년간 꾸준히 나왔다. 첫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진행중이던 2021년 정부 지원은 30억원에 불과했다. mRNA가 아닌 합성항원 기술의 백신이라도 확보한 것이 어찌보면 기적에 가깝다는 말이 나온다. 그렇게 3년이 흘러 이제 백신에서 일본을 앞섰다는 신기루가 걷히는 정산의 시간이 도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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