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좋은거면 진작 당신 고향에 지었겠지!"[우보세]

우경희 기자
2023.06.15 08:07

[우리가 보는 세상]

그린비즈니스위크 2022(GBW 2022) 두산부스에 설치된 한국형 원자로 모형.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원자력발전에 대해서는 시대와 나라를 막론하고 늘 찬반이 엇갈린다. 원전 중흥기라고 할 수 있는 1970~80년대를 갓 지난 1990년대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영국은 탈원전을 선언했고(2015년에 폐기하고 원전 건설 재개), 일본은 전정부적으로 원전건설과 원전기술 확보에 몰두했다. 미국은 1987년 발생한 원전사고로 불안여론이 일어 원전 증설 속도가 느려지던 참이었다.

한국은? 거의 전쟁통이었다. 문민정부 출범과 1995년 지방자치제 전면시행이 맞물리며 원전의 가장 큰 쟁점이 '짓느냐 마느냐'가 아닌 '어디에 짓느냐'가 됐다. 원전의 '원'자만 나와도 해당 지역 주민들이 격렬하게 반발했다. 당시 원전부지 선정 및 주민 설득작업을 했던 산업통상자원부 한 전직 관료는 그 때 상황을 돌아보며 "한 마디로 원전 전쟁시기였다"고 했다.

이 관료를 포함한 원전팀이 모 지역에 원전 건설을 타진할 때였다. 당시론 파격적인 수천억원의 보상계획을 들고 가 직접 지역주민들을 설득했다. 요지부동이었다. 난감해하는 이들에게 한 군의원이 슬그머니 다가와 한 말. "그렇게 좋은거면 진작 당신네들 동네에 지었겠지!"

정부에 대한 불신과 원전에 대한 무지는 일부 세력과 정치인을 통해 공포로 조장됐다. 이 공포와 분노가 영호남 지역갈등으로 수시로 옮겨붙으며 화력을 더욱 키웠다.

20여년이 지나 원전부산물 저장시설 선정을 위해 구성됐던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의 상황도 똑같았다. 2013년 출범해 2년여만에 가까스로 정부 권고안을 만들긴 했는데, 당시 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애당초 답이 없었다"고 했다. 아무리 안전하게 시설을 운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겠다고 해도 돌아오는건 혐오성 반대였다.

다시 10년여가 지났다. 직전 정부 탈원전 정책은 새 정부 들어 백지화됐다. 원전경쟁력은 큰 타격을 입었지만 이 과정에서 원전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졌다. 태양광이나 풍력같은 신에너지가 수소를 중심에 둔 탄소중립을 달성하는덴 아직 대안이 못 된다는걸 눈으로 봐서다. 값싸고 오염물질 배출이 거의 없는 에너지로서 원전의 존재가치가 그 어느때보다 부각된다.

새 정부는 이 시점에 적극적으로 원전 밑그림을 그리고 국민들에게 뜻을 물어야 한다. 정부의 원전 제안은 총선이든 지방선거든 선거 국면에서 다시 쟁점화할 것이다. 그때 국민들이 가장 먼저 걸러 들어야 하는게 "그렇게 좋으면 너희 동네에 지으라"는 30여년 전의 배타적 구호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되물어야 한다. 한전 적자는 어떻게 해소하고,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수요는 어디서 채울건가.

원전 유치 후 달라진 경주시의 세수성적표는 공공영역에선 유명한 사례다. 원전이 소멸 위기 지자체에 든든한 세수와 고급 일자리 확보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공공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와 시민의식 성숙이 두드러진다. 성숙해진 만큼 수준높은 원전 논의를 시민사회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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