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주도 산업정책 시대가 돌아왔나[MT시평/최준영]

국가주도 산업정책 시대가 돌아왔나[MT시평/최준영]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6.07.03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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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정책의 시대가 돌아오고 있다. 호남에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을 짓겠다는 896조원 규모의 투자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990년대 중반 본격적인 세계화가 시작되면서 우리는 익숙했던 국가주도 산업정책에서 멀어져야만 했다. 기업의 역량과 자본규모가 과거에 비해 더 커졌을 뿐만 아니라, 세계의 흐름이 국가의 개입을 부당한 것으로 간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이후에도 국가주도의 많은 산업정책과 계획이 발표되었지만, 큰 방향만 제시할 뿐 세부적인 사항은 기업과 시장의 판단에 맡긴다는 점이 과거와 달랐다. 하지만 이제 다시 국가가 주도해 새로운 산업입지를 정하고 그곳에 기업이 투자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영국에서는 철저하게 민간에 의해 산업입지가 결정되고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었다. 풍부한 자본과 경쟁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하지만 이런 영국식 경로는 다른 나라들이 모방하기 어려웠다. 부족한 자본은 실패를 용납하지 않았고,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야만 했다. 국가의 계획과 은행의 자본이 결합해 시작된 산업육성 정책은 단순히 더 많은 수익을 내는 것을 넘어, 국가의 목적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간주되었다. 짧은 기간 강력한 중앙정부 주도 하에 급성장한 독일은 영국과 맞먹는 산업생산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 급성장을 가장 주의 깊게 지켜본 나라는 러시아, 그리고 혁명 이후의 소련이었다. 한정된 자원을 집중 투입해 빠르게 성장해야 한다는 강박은 국가 주도의 5개년 계획으로 이어졌다. 모두의 예상과 달리 급속한 공업화를 달성한 소련의 모습은 일본을 자극했다.

일본 역시 국가주도 계획을 통해 강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젊은 세대에게 일본의 전통과 복잡다단한 사회시스템은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로 여겨졌다. 구습과 전통에서 벗어나 빠르고 효율적인 사회를 만들려는 욕구는 만주국으로 이어졌다. 텅 빈 공간에서 모든 것을 자유롭고 합리적으로 추구할 수 있다고 믿었던 만주국의 관료들은 도시와 산업 등 모든 것을 계획하고 집행했다. 한반도를 떠나 새 기회를 찾아 만주에서 하급 관료로 이 과정을 지켜보고 체험한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분단된 한반도 남쪽과 북쪽에서 자신들이 배우고 익힌 것을 다시 전파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국가주도 산업정책의 뿌리는 깊고 넓다.

민간과 시장이 모든 것을 결정하던 세계화 시대에 금기시되던 국가주도 산업정책은, 중국의 국가자본주의가 성과를 내고 미국이 반도체법과 IRA로 맞불을 놓으면서 다시 등장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라면, 국가가 기업에 자본을 직접 대신 꽂아주기보다 전력·용수 같은 기반시설과 세제·규제 완화로 '판'을 깔아준다는 것이다. 비교할 수 없이 커진 투자규모와 기술적 복잡성은 한정된 관료 시스템만으로 감당할 수 없다. 방향은 설정하되 기업의 요구와 필요에 맞춰 지원하는 것이 새로운 산업화 시대 국가와 공동체의 역할이 되고 있고, 기업은 그에 상응하는 투자와 기여를 요구받는다. 과거에는 익숙했지만 이제는 낯설어진 이인삼각 경기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성공의 기록은 있지만 그것을 경험한 사람들은 사라졌고 시대는 달라졌다. 과거의 반복이 아닌 새로운 길을 간다는 조심스러움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진정으로 준비가 되어있는지 궁금해진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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